금호타이어가 LG화학, CJ대한통운 등 금호산업 인수에 관여한 기업들과 상식에 어긋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들 기업은 지난 2015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할 당시 ‘백기사’로 나선 곳들로,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 전망이다.
22일 이투데이가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2016년 1월 1일 LG화학에 미국생산법인 공장에 대한 독점 공급권을 약속하고, 합성고무 3만 톤의 공급 물량을 보장하는 내용의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
합성고무 3만 톤은 타이어 300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는 금호타이어 전체 해외공장 생산량보다 많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총 4720만 개의 타이어를 생산했으며, 이 가운데 해외공장(중국, 베트남, 미국)에서 생산된 타이어는 2080만 개 수준이다.
이에 대해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LG화학으로부터의 구매량은 연간 3000톤 수준으로 동종 원재료의 전체 구매량 대비 5% 미만이라 물량 보장을 통한 혜택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공장 가동율과 구매량, 원가 경쟁력, 공급 운영체계 등 LG화학이 당시 공급업체 평가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조지아공장 가동 초기에는 품질 안정성을 위해 원재료 1품목 1공급업체 원칙에 기준하여 원재료 공급을 받고 있으므로 조지아공장도 이에 기준하여 독점 공급업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합성고무 외의 타 재료들도 독점 공급체계로 운영되고 있으며 향후 공장 가동율이 상승하고, 품질 안정성이 확보된 이후 구매 다원화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이어 업계는 독점 공급권과 물량 보장은 일반적인 거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고 지적한다. 타이어 업체는 원가를 낮추기 위해 원자재 가격, 재고물량 등 다양한 조건을 전략적으로 고려해 매월, 혹은 2~3개월 단위로 구매 계약을 체결한다.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합성고무 가격은 2016년 1분기 톤 당 1165 달러, 2017년 1분기 2756달러, 2017년 2분기 3300달러로 지난해부터 상승하고 있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타이어 가격은 합성고무(혹은 천연고무) 비중이 가장 커서 거래처에 독점권 주거나 물량 보증을 약속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특히 재료 수급이 안 되면 제작을 못 하기 때문에 복수 업체를 통해 원료를 납품받는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금호타이어가 LG화학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을 체결한 배경에 ‘금호산업 인수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LG화학은 2015년 11월 2일 박 회장과 박세창 금호아시아나 사장이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 일부를 약 100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CJ대한통운도 2011년 12월 30일과 2016년 1월 1일 금호타이어와 물류운송위탁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에는 CJ대한통운과 그 계열회사들에 금호타이어의 물류운송위탁 독점권과 우선협상권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CJ대한통운 역시 2015년 500억 원을 투자해 금호산업 지분 3.43%를 보유하고 있다.
4~6곳의 해운사와 계약을 하는 해외 물류와 달리 국내 물류는 운수업체 1곳과 계약하기도 한다. 다만 계약 전 복수의 업체가 비딩(가격 경쟁을 통한 입찰)을 거쳐 최종적으로 한 곳이 선정된다.
다른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타이어 업체가 계약 상대에게 '독점권'을 주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며 "국내 물류는 1곳과 계약할 수 있지만 우선협상권을 주는 것은 통상적인 계약 방식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