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알루미늄 콘덴서 케이스 시장 1위인 디엔텍이 회생 종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서울회생법원(옛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과 연합자산관리(유암코)의 협약으로 만든 기업회생 전문 사모투자펀드(이하 재무안정 PEF)에서 100억 원 이상을 투입하면서 조기에 회생 절차를 끝낼 수 있게 됐다.
17일 IB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유암코는 디엔텍의 주채권자로부터 담보채권과 무담보채권을 합해 총 47억 원어치를 매입했다. 디엔텍 콘덴서 케이스의 소재를 납품하던 관계기업 알펫의 동반 회생을 위해 알펫 채권도 15억 원 규모로 사들였다.
유암코는 오는 7월 중 디엔텍과 알펫의 기타 채권을 탕감하거나 순상환해 조기 회생 종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회생이 종결되면 회사의 신속한 정상 영업을 위해 신규 시설 마련 등 운전자금으로 20억 원 규모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유암코 주도로 디엔텍·알펫에 총 1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셈이다.
디엔텍과 알펫은 국내 시장은 물론 글로벌 알루미늄 콘덴서 부문에서 점유율 50%를 웃도는 선두주자였다. 2002년까지는 영업적자도 낸 적이 없었지만 차입금 이자 비용이 쌓이고 중국 법인이 부실화 하면서 현금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지난 2014년 서울중앙지방법원 주도로 법정관리(기업회생)에 들어갔다.
수년 이상 지난한 변제 과정을 거치며 회사가 망가질 수 있었지만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유암코가 ‘회생기업의 효율적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디엔텍의 재기에 청신호가 켜졌다. 법원이 회생 절차를 진행 중인 기업을 추려 유암코에 전달하면 재기 지원을 통해 조기 회생 종결이 가능한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유암코는 해당 협약에 따라 1050억 원 규모로 재무안정 PEF를 설정하고 두 번째 투자처로 디엔텍과 알펫을 정했다. 첫 투자처는 올 1월 공개시장에서 인수한 영화엔지니어링이다. 디엔텍처럼 조기할인변제 자금(DPO) 지원 방식을 취할지 영화엔지니어링처럼 인수·합병(M&A) 변경회생계획안을 통해 일시 변제할 지는 채권자 구성이나 재무구조 등에 따라 달라진다.
유암코 관계자는 “최대 채권자로서 디엔텍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회생 종결을 추진 중”이라며 “디엔텍이 사업성은 확실한 만큼 회생 이후 제대로 된 투자가 진행된다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암코의 재무안정 PEF에는 자본시장 내 중·소 PE들이 파트너로 참여해 공동 운용을 맡는다. 2015년 설정한 1410억 원 규모의 회생기업 전문 블라인드 펀드는 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공동으로 설정했고 이번 디엔텍 투자를 결정한 펀드에는 옥터스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가 참여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시장에서는 PE들이 회생기업 투자에 단독으로 나서는 것을 꺼리는데 법원과 유암코가 공조한 펀드를 통해 참여 경험을 쌓으면서 기업 구조조정에서 PE들이 저변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암코는 다음달 16일 대전지방법원과도 회생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