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일자리 패러독스

입력 2017-05-1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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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에 복잡계 패러독스가 존재하고 있다. 일자리를 보호하면 일자리는 줄어들고 일자리를 보호하지 않으면 일자리가 늘어난다. 전형적인 ‘부분과 전체의 패러독스’다. 이는 이제 일자리 문제는 복잡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함을 의미한다.

인간 육체의 세포는 100일마다 죽고 새로 태어난다. 그런데 죽어도 죽지 않겠다는 부분 암세포는 결국 전체 인간을 죽음으로 이르게 하는 병이 된다. 모든 기업을 살리려는 계획 경제 국가 소련은 국가 전체가 붕괴했다. 기계론적인 닫힌 관점에서 전체는 부분의 집합이나 복잡계적 열린 관점에서 부분과 전체는 상호 패러독스 관계다. 부분의 소멸과 생성을 통해 전체가 혁신한다. 이를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라고 명명한 바 있다.

일자리는 사회 발전에 따라서 진화하고 있다. 일의 종류가 한국은 직업사전에 1만1000개가 존재하고, 실제 추정은 2만 개 미만인데 미국은 공식적으로 3만 개이고 실제 추정은 이미 40만 개를 넘어서고 있다. 앞으로는 4차 산업혁명의 융복합에 의해 일의 종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일자리 문제는 복잡계 영역으로 진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복잡계 진입이 갖는 함의점은 무엇인가를 경제사적 관점에서 재조명해 보자. 산업 발전 단계 초기에는 계획경제가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 단순 경제에서는 농작물 파종과 트랙터 제조의 국가 주도 계획이 가능했다. 대한민국도 초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압축 성장한 바 있다. 단순 경제에서는 정부가 일일이 제품 생산과 제조 공장 건설을 지시하는 기계론적 관점의 계획경제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복잡계로 진입하면서 계획경제는 붕괴하기 시작했다. 복잡계에서는 잘못된 정부의 개입은 생태계 왜곡을 초래하게 된다. 미국 엘로스톤 국립공원의 사슴을 예로 들어 보자. 사슴의 개체 수를 늘리고자 늑대를 사냥했다. 처음에는 사슴이 늘어났다. 하지만 식물의 뿌리까지 먹어 치우면서 3년 후에는 오히려 사슴 개체 수가 감소했다. 복잡한 생태계에 섣부른 외부 개입은 시장 왜곡을 초래한다. 정부가 개별 제품의 가격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결국 시장의 복수에 직면하게 된 사례는 너무나도 많지 않은가.

그렇다면 복잡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모든 시스템 관리에서 단순계는 직접 통제를 하고 복잡계는 창발적 간접 통제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창발적 통제를 위한 수단이 바로 시장이다. 시장을 통해 성공적 혁신을 선택해 확산하는 것이 시장 경제의 원리다. 기업의 혁신은 시장을 통해 선택된다. ‘혁신-선택-확산-복제’의 과정을 통해 경제가 진화하게 된다. 정부가 모든 제품 가격을 직접 통제하려는 유혹에 위정자들이 빠져들면 경제는 망가진다. 현명한 지도자들은 이런 유혹을 뿌리치고 시장의 질서 정립에 주력한다. 시장 질서는 공정거래라는 과정과 사회안전망이라는 안전장치에 의해 유지된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합리적 혁신을 하는 기업에 더 큰 보상을 주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하되, 혁신 결과의 불평등이 너무 심화하는 시장 실패 영역에는 사회안전망과 재도전의 사다리를 제공하는 것이 일류 국가가 가는 길이다.

복잡계 시장 경제에서 일어난 현상들이 이제 일자리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통제하려는 시도는 생태계 교란에 해당한다. 정부가 일자리를 직접 만들거나 통제하는 행위는 생태계를 교란시켜 엘로스톤의 사슴과 같은 시장의 복수를 초래하게 된다. 합리적 혁신을 하는 기업이 만드는 시장 질서 확립에 정부는 주력해야 한다. 복잡한 일자리 시장에 공정한 시장 질서와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는 시장 인프라를 구축하면 된다.

단지, 감기에 우선 진통제를 투여하듯 시장 실패 영역에 단기 일자리 제공은 필요할 수 있으나, 계속되면 마약과 같이 국가 역량을 저하(低下)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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