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39)이 프랑스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마크롱은 14일 오전 10시(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파리 엘리제궁에서 취임식을 하고 프랑스 제5공화국의 여덟 번째 대통령에 취임했다. 프랑스 사상 최연소 대통령이다.
마크롱은 엘리제궁에서 자신을 경제보좌관과 경제장관으로 발탁해 정치 입문의 계기를 만들어준 전임자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영접을 받은 뒤 집무실에서 비공개로 프랑스의 핵무기 작동코드를 전달받으면서 대통령직을 공식 인계받았다. 프랑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유럽연합(EU) 탈퇴가 결정된 영국을 제외하고 유럽연합 국가 중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이다.
마크롱은 취임 연설에서 “국민 융화를 위해 노력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대선 경쟁후보이자 프랑스의 EU 탈퇴를 주장한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의 지지자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그는 또 “세계와 유럽은 그 어느 때보다 지금 더 강력한 프랑스를 필요로 한다”면서 “프랑스의 힘은 쇠퇴하지 않는다. 세계의 자유, 인권, 평화를 지키도록 눈을 부릅뜨겠다”고 역설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5일까지 새 총리를 지명할 예정이다. 그가 이끄는 중도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 (전진하는 공화국)’은 현재 원내 의석이 하나도 없다. 이에 중도 우파에서 중도 좌파까지 폭넓게 하마평이 돌고 있지만 마크롱이 최종적으로 누굴 택할지는 미지수다. 총리 지명에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 없다. 다만 법 개정과 예산안은 의회에 의견을 물어야 한다. 결국 총리 인선은 프랑스 제1당인 사회당(중도 좌파)와 제2당인 공화당(중도 우파) 등 양대 정당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총리 지명 후 16일 내각 명단도 구체화될 예정이다.
마크롱은 총리지명 후 곧바로 독일을 방문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역대 프랑스 대통령들은 취임 직후 유럽연합(EU)의 핵심 파트너인 독일 정상과 가장 먼저 정상회담을 열어왔다.
투자은행가 출신으로 선출직 공직 경험이 전무한 마크롱 신임 대통령이 떠안게 된 난제들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당장 젊은층이 자신을 택한 이유이기도 한 10%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과 경제 저성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위협과 공포, 세계화와 EU의 통합 과정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의 좌절과 그에 따른 포퓰리즘과 고립주의의 득세 등 하나같이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마크롱은 임기 5년간 안정적으로 정책을 수행하려면 당장 내달 11일과 18일 두 차례 치러지는 총선에서 레퓌블리크 앙마르슈가 최대한 많은 의석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577개 선거구 대부분에 레퓌블리크 앙마르슈 소속 후보를 세워 과반수를 획득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과반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단기간에 선거구 대부분에 후보를 세우려면 일정 부분 기존 정치인에 기댈 수밖에 없는 데, 지나치게 기존 정치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마크롱의 강점이었던 새로운 정치 이미지가 흔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