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시대] ‘혼밥’에 속 버리고… 스트레스에 맘 아프고…

고시생·독거노인 등 열악한 생활 1인 거주자 건강 ‘적신호’

1인 가구가 최근 빠른 증가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1인 거주자들의 신체·정신적 건강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노량진에서 2년째 수험생활을 하고 있는 박모(28) 씨는 “혼자 살게 되면 역시 밥을 챙겨먹지 않는 경우가 많고, 먹는다해도 편의점 라면이나 도시락 같은 것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밥을 챙겨 먹기가 귀찮은 것도 이유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도 무시 못 할 이유다”고 덧붙였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의 혼자 식사하는 경험은 91.8%이며, 이 중 혼자 식사 할 때 ‘식사를 대충하게 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35.8%, ‘인스턴트 식품을 주로 먹게 된다’는 답변이 19.2%로 55%의 응답자가 식사를 대충 ‘때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박 씨처럼 간편함과 저렴한 가격으로 1인 가구 거주자가 많이 찾는 편의점 도시락 등 인스턴트 식품이 지나친 나트륨 함량과 불균형한 영양 등으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시중 편의점 도시락 20종의 평균 나트륨 함량은 1366.2mg으로 세계보건기구 하루 섭취권고량의 68.3%에 달했다. 한 끼 분량으로 소비되는 도시락의 나트륨 함량이 하루 권고량의 3분의 2에 해당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편의점 도시락이나 컵라면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는 그나마 낫지만, 아예 끼니를 거르는 경우에는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인한 소화장애나 영양장애 등이 올 수도 있다.

혼자 거주한다는 특성상 고독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해소되지 않아 심리적인 불안을 겪는 경우도 많다. 서울시 관악구에 따르면 신림동과 대학동의 고시촌을 조사한 결과 이 지역 거주자 중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이들은 38%에 달했다. 우울감경험률도 21%나 됐다.

서울 동작구에서 노량진 공시생들을 주로 상담하는 마음건강센터의 위진아 정신보건임상심리사는 “1인 가구로 살아가는 고시생들은 복합적이고 다각적인 문제들로 인해 불면증이나 우울증의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위 임상심리사는 “이들 대부분이 주거하는 고시원은 굉장히 협소한 공간이면서도 대인관계를 형성하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언제까지 수험생활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고시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스트레스로 상당수의 1인 가구 수험생들은 스트레스성 질환을 보인다”고 말했다.

독거노인이라고도 불리는 노인 1인 가구의 경우도 비슷한 문제를 겪지만, 이 경우 문제가 질적으로 더욱 심각하다.

최영숙 백석대학교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노인 1인 가구들이 겪는 대표적인 두 문제 역시 정서적인 고독감과 영양장애”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노인도 혼자 살게되면 자연스럽게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많다. 몸이 약해진 노인이 식사를 거르게 되면 건강상태가 확연하게 안좋아 지는게 사실”이라며 “1인 가구 노인은 질병이 와도 거동이 불편한 데다 모시고 갈 사람 조차 없어, 청년들과 달리 한번 병이 생기면 악화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어 “이같은 문제를 겪는 노인들은 차상위 계층에 속하는 등 경제적 빈곤도 함께 겪고 있는 분들이 많아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는 일 자체가 근본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