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롯데면세점 등 롯데 계열사에 대한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이 3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석 달이나 영업이 이뤄지지 못하면 롯데마트 매출 손실이 3000억 원대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 3월 긴급 수혈한 자금마저 거의 동날 형편이다.
5일 중국과 한국 롯데마트에 따르면 현재 중국 99개 점포 중 여전히 74곳은 중국당국의 소방 점검에 따른 강제 영업정지 상태이고, 13곳은 자율휴업 중이다. 전체 점포의 90%가 문을 닫은 셈으로 나머지 12곳도 사실상 손님 발길이 끊겨 거의 휴점 상태다.
지난 2월말과 3월초 중국당국의 소방 점검 이후 무더기 ‘영업정지 1개월’ 폭탄을 맞은 뒤 2개월 넘게 거의 상황 변화나 개선이 없다.
영업정지 상태인 74개 점포 가운데 68개의 경우 3개월째 중국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연장 또는 해제 등의 판단을 전혀 받지 못하고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
4월 초순 정식으로 ‘영업정지 1개월 연장’ 명령을 받은 여섯 점포 역시 이달 초 다시 시한을 맞았지만, 중국당국은 롯데의 영업 재개를 위한 ‘현장 점검’ 요청에 묵묵부답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중국 공무원들이 여전히 ‘기다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할 수 있는 게 없는 무기력한 상황에 기가 막힐 뿐”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달 말까지 3개월째 99개 점포의 ‘마비’ 상태가 이어질 경우, 롯데마트의 매출 손실은 3000억 원을 넘을 전망이다. 지난해 롯데마트의 중국 현지 매출(연 1조1290억 원, 월 940억 원)을 바탕으로 추산한 최소 피해 규모다.
이처럼 들어오는 돈이 없어도 운영에 필요한 임금이나 임대료 등 고정비 지출은 불가피하다. 대표적인 요소가 임금인데, 롯데마트 중국 지점에는 현재 약 1만3000명의 중국인 직원이 근무 중이고 평균 월 임금이 약 70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중국 현지법상으로는 영업정지 1개월까지만 정상 임금의 100%를 지급하고, 두 달째 70%를 시작으로 이후 달마다 지급 비율을 점차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롯데는 이런 법정 수준보다 높은 임금을 계속 주고 있다.
중국인 직원들의 동요를 막고, 중국 현지 분위기도 의식한 결정이다. 따라서 롯데마트로서는 문을 닫은 상태에서도 임금에서만 한 달에 약 1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처지다.
롯데마트뿐 아니라 롯데면세점이나 식품 계열사의 중국 수출 차질 등까지 모두 고려한, 전체 롯데그룹의 ‘사드 사태’ 관련 매출 손실도 3~4월에만 약 5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올해 상반기 내 4개월(3~6월)만 따져도 매출 손실 규모가 1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롯데의 손실 추이로 미뤄봤을 때 긴급 수혈한 3000억 원의 자금도 곧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24일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의 이사회는 2300억 원의 증자와 1580억 원의 예금 담보 제공(1300억 원 중국 현지 대출)을 결의해 중국 사업 지원 재원을 마련했지만, 오래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 관계자는 “연간 1조2000억 원 매출의 제조업체가 한 분기 내내 공장 문을 닫았다고 상상해보라”며 “긴급 증자와 담보 대출 등은 상품 매입 대금으로 상당 부분 소진한 상태로, 한계를 맞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지난 3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한중 상호간 경제 손실 점검과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에 따른 한국의 피해 규모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0.5% 규모로 추산했다. 금액으로는 8조5000억 원 수준이다.
연말까지 사드 보복이 이어지면 현재 추이(2개월 5000억 원)로 미뤄 롯데는 10개월(3~12개월) 사이 최소 2조5000억 원의 매출 손실을 보게 되는데, 결국 전체 한국 피해(8조5000억 원)의 30%가 롯데에 집중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