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현행 건강보험법(오바마케어) 대체하는 법안인 이른바 ‘트럼프케어’가 재수 끝에 턱걸이로 미국 하원을 통과했다.
미 하원은 4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어 미국건강보험법을 찬성 217표, 반대 213표로 단 4표 차로 통과시켰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공화당에서도 반대표가 20표 나왔다. 다만 법안 통과 기준선인 22표를 간신히 하회하면서 하원을 통화하게 됐다.
트럼프케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입법을 추진한 법안으로 개정안이 아닌 대체법안으로 오바마케어를 완전히 폐기하고 새로운 건강보험 제도를 만드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공화당 내 강경파 ‘프리덤 코커스’ 반대로 표결에도 오르지 못하고 좌초된 바 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반발의 목소리를 의식해 공화당의 단독 처리가 가능하도록 법안을 수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수정된 트럼프케어는 원안에 남아있던 오바마케어의 핵심 조항인 ▲환자들에 더 높은 보험료율 부과 금지 ▲최소보험보장 요건 의무화 조항에 대해 각 주(州)정부 별로 예외를 적용할 수 있도록 법안을 수정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했던 원안은 건강보험 미가입자에 벌금을 물리는 내용을 제외해 의무 가입 규정을 없애고 저소득층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는 대신 연령에 따른 세액공제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프리덤 코커스를 비롯한 공화당 강경파 인사들은 트럼프케어가 오바마케어 대체법안이 아니라 ‘오바마케어 2탄’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공화당 의원을 초대해 트럼프케어 통과를 축하하며 “상원도 통과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며 “우리가 이겼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케어는 보험료 감소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법안이 최종 통과하기도 전에 자축 행사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취임 이후 그간 추진했던 정책마다 지지부진하며 이렇다할 성과가 없어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 공약 이행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제 공은 상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상원에서도 트럼프케어가 가결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레거시(유산) 뒤집기’ 정책 중에서도 가장 공을 들였던 트럼프케어 공약을 이행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하원에서 턱걸이로 통과했다는 상원 심의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견해가 적지 않다.
오바마케어는 모든 미국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2014년부터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 보험 가입을 유도했다. 오바마케어로 2000만명이 신규로 건강보험에 가입했다. 미국 정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의 의료 보험 미가입률은 오바마케어 도입 전인 2013년 14.5%였으나 2015년에는 9.4%까지 감소했다.
지금까지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 못했던 사람들이 보험을 가지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예상보다 보험 회사의 부담이 증가하면서 보험료 인상과 보험 판매 철회가 잇따랐다. 여기에 이미 보험에 가입했던 사람들은 보험료 인상에 대해 불만이 커졌고, 공화당은 오바마케어에 들어가는 정부 보조금이 막대하다고 지적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