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의 품질이 표준열량보다 낮을 경우 한국가스공사는 열량을 조절하여 이 기준을 맞출 의무가 있다.
그러나 가스공사는 열량조절설비를 갖춰놓고도 이를 13년째 가동하지 않고 있다. 가동할 경우 표준열량이 현재 1만500kcal/N㎥보다 더 높은 1만800kcal/N㎥로 맞춰야하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는 지난 91년 열량조절설비를 평택기지에 설치하는 안을 수립, 공사에 착수했다. 비용은 가스공사 열조설비 건설에 33억원, 석유공사 LPG 공급시설 투자에 49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가스공사는 지난 1995년 11월, 열량조절사업 변경안을 채택해 사업추진을 중단했다. 사실상 완공해 놓고도 이를 가동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구매하기로 돼있던 LPG가격이 뛰어 이를 잠정 연기했다고는 하나 이는 미미한 수준이었으며 설사 당시에는 보류했다 하더라도 이후 13년동안이나 방치 했다는 것은 낮은 열량기준을 적용하기 위한 의도적 조치로 볼 수밖에 없다.
또한 그 당시 가스공사는 석유공사를 통해 지난 1995년 8월 사우디 아람코사와 1995년과 1996년분 LPG 32만톤을 도입하기로 이미 계약을 맺은 상태였으며 8월 구매계약을 이미 체결해 놓고도 11월에 열조설비사업을 변경한 것은 낮은 열량기준을 적용하기 위한 의도적 조치로 판단된다.
올해 역시 공급되는 천연가스가 표준열량 이하로 수개월 동안 공급되고 있음에도 이 설비를 가동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현재 열량이 각 공급기지별로 제각각 다르게 공급되고 있다.
우선 지역별로 다른 품질의 가스가 공급되고 있다. 인수기지별로는 평택이 특히 낮게 도입되고 있다. 평택 인수기지의 경우 8월(1~10일) 도입된 천연가스의 평균 열량이 1만370 ㎉/N㎥이다.
도시가스사로 가스를 공급하는 공급기지별로도 열량 차이가 크게 나고 있다.
올해 8월 측정한 자료를 보면 포항 정압기지의 경우 1만423㎉/N㎥인데 반해, 부곡의 경우에는 1만380㎉/N㎥까지 떨어져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품질에 대한 무관심은 조직편성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가스공사는 2005년까지 부사장 밑에 ‘안전품질실’을 두고 ‘안전관리팀’과 ‘품질관리팀’을 각각 운영해오다 2006년 대팀제로 개편하면서 이 조직을 폐지했다.
이후 인천저장탱크 가스누설로 안전관리 체계에 구멍이 나면서 다시 안전품질관리팀을 만들었으나, 품질을 담당하는 관리자는 없는 상태이다.
가스업계 관계자는 “각 지역별로 다른 품질의 가스가 공급되고 있고, 이와 함께 유통 단계별로도 가스공사에서 제공한 열량과 이를 받은 도시가스사가 확인한 품질이 다른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관계자는 “가스공사의 품질에 대한 서비스 개념이 실종됐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문제점 해결을 위해 우선적으로 가스공사 이외의 제3의 기관이 함께 참여해 지역별, 유통단계별로 최종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열량 실태조사를 벌이는 한편 보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