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워킹맘이란 말 자체가 없어요. 대신 ‘라떼파파’는 있죠.”
낯선 단어다. 평일 저녁 별다른 생각 없이 틀어놨던 TV 속에서 흘러나온 말 한마디가 시선을 끌었다. 금발머리의 외국인이 자기나라 복지에 대해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다. 아이가 있는 여성의 80%가 일을 하고, 남성의 90%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때문에 아빠가 아이를 혼자 돌보는 모습이 자연스럽단다. 평균 오후 4~5시면 퇴근하고, 출근시간도 근무시간에 포함된다. 최근에는 일일 6시간, 주 30시간 근무제를 추진하고자 실험 중이다. 이 같은 복지천국이 있을까. 정말 우리와는 거리가 먼 딴나라 스웨덴의 얘기다.
‘라떼파파(Lattepapa)’란 한 손엔 커피를, 한 손엔 유모차를 끄는 아빠를 가리키는 말로, 육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아빠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스웨덴은 1974년 여성인력활용의 중요성을 깨닫고, 육아와 가정의 남녀공동책임을 강조하면서 파격적인 육아정책을 시행했다. 세계 최초로 부부 육아휴직제도를 도입하면서 남성이 적어도 90일(총 490일)을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했고, 390일까지는 통상임금의 80%를 보장했다.
부부가 휴직기간을 똑같이 나눠 쓸 경우 세금감면 혜택도 주어진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현재 아빠의 90%가 육아휴직을 신청한다. 특히 대기업 고위직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1993년 32%에서 2006년 88%로 증가했다. 출산율은 1978년 1.6명에서 2014년 1.88명(OECD 평균 1.71명)으로 올랐고, 여성이 계속 근로 하면 출산율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비율은 10.2%(2129명, 올해 1분기)에 불과하다. 직장눈치와 소득감소, 인사 불이익 등의 장애물에 가로막혀 확산속도는 더디다. 우리나라 육아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은 29%(2015년)로 OECD국가 23개 중 19위로 꼴등 수준이다. 급여의 29%정도 받는 격이니 선뜻 나설 수 있는 용감한 아빠가 얼마나 되겠는가.
스웨덴 아빠들도 불과 20여 년 전엔 우리나라 아빠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정책이 사회인식과 조직의 기업문화를 바꿨고, 공동육아문화를 만들어 냈다. 여전히 대한민국 여성들은 독박육아에 시달리고 있다. 남성육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한 때다. 그래야 하루라도 빨리 행복한 ‘라떼파파’를 한국에서도 볼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