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어설펐던 100일간의 ‘오바마 지우기’…넥스트 100일은?

입력 2017-04-28 09:35 수정 2017-04-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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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취임 100일 맞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동시에 신임 대통령으로서의 평가도 고비를 맞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0일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취임 후 100일간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행정명령만 30건에 달한다. 이는 역대 대통령 중 100일 간 가장 많은 행정명령이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19건)과 조지 W. 부시 대통령(11건)보다 많은 것은 물론 전후 최다였던 린든 존슨 대통령(26건)보다 많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행정명령을 남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렇게 발동한 행정명령은 대부분 ‘오바마 지우기’에 쓰였다. 역대 가장 낮은 지지율로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는 ‘오바마 레거시(유산)’ 청산에 열을 올렸다. 26일에는 환경문화 보호를 위해 개발을 규제한 보호구역지정 규정을 뒤엎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주요 탄소 배출을 규제하는 이른바 ‘에너지 독립’ 행정명령에 서명해 사실상 오바마 대통령의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 폐지를 지시했다. 취임 직후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공들였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를 선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문제는 추진한 행정명령이나 정책이 좌초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트럼프의 국정 운영 역량에 대한 의구심도 덩달아 커지게 됐다는 점이다. 미국 안팎의 숱한 우려와 반발에도 취임 일주일만에 낸 반(反)이민 행정명령은 법원의 제동으로 발이 묶였고 이후 내용을 소폭 수정해 다시 반이민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이 마저도 법원이 가로막았다. 최근에도 미국 법원은 트럼프가 취임 사흘 만에 냈던 이민자 보호를 선언한 성소 도시(Sanctuary Cities)에 대한 연방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예비적 금지명령’ 처분을 내렸다. 법원이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야심 차게 준비했던 오바마케어 대체 법안인 이른바 ‘트럼프케어’는 의회 표결에도 오르지 못하고 좌초되기도 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건수를 내세워 실적을 강조하고 있지만 생색내기에 그칠 뿐 구체적인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트럼프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동안 랠리를 이어가던 뉴욕증시도 소강상태다. 기대를 모았던 트럼프의 세제개혁안도 전날 공개됐지만, 시장에서는 냉담한 반응이 더 컸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탈퇴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가 돌연 재협상 방침으로 선회하는 등 주요 교역 파트너 흔들기가 계속되면서 시장의 불안정성도 이어지고 있다.

지지율은 여전히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2~25일 CNN방송이 여론조사기관 ORC와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44%. 미국에서 현대적인 여론조사를 시작한 이래 취임 100일 전후 신임 대통령 지지율로는 꼴찌였다.

물론 트럼프의 100일간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작은 상당히 혼란스러웠지만 향후 100일 그가 내세운 공약들이 정착되기 시작한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100일이 트럼프의 4년 국정 행보에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상당수의 연방정부 고위직이 공석으로 남아있다. 부장관, 차관, 대사, 기관장 등 상원 인준이 필요한 고위직 중 공석인 자리는 530석에 이른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한 자리는 37석뿐이다. 이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임 후 비슷한 시기에 인준을 위해 상원에 보낸 정무직 후보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내각 인선을 조속히 마무리 짓지 못하면 국정 과제 추진 차질은 불가피하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챙기기도 트럼프의 향후 100일 과제로 손꼽힌다. 이미 미국 의회는 내년 11월 하원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내년 의회 중간선거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트럼프가 앞으로 100일간은 그간 신경 쓰지 않았던 지지율에 신경 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FT는 트럼프가 취임 직후 계속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탄핵론도 불식시켜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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