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이 이끄는 미국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버크셔)의 올해 주주총회는 환경 운동가들의 성토가 난무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6일 열리는 버크셔의 주총에서 환경보호를 중시하는 행동주의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라고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버크셔의 주총은 ‘자본주의 우드스탁’이라고 불린 정도로 잔치처럼 여겨진다. 버핏 회장과 찰리 멍거 부회장이 직접 나와 투자 비법을 알려주고 주주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번 주총에 참여하는 인원은 3만 명이 넘을 것이라고 FT는 추산했다. 그런데 올해 주총에서 주목할 사안은 실적이나 투자 비법보다 환경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 배출 억제에 힘쓰고 화석 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라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네브래스카 평화재단의 로얄 파크 회장은 버크셔가 석유 정제업체인 필립스66 같은 회사의 지분을 보유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버크셔에 다시 투자하게 된 이유는 버크셔가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버크셔의 주식을 보유한 개인 주주인 사회복지사 마르디아 세이지는 버크셔가 기후 변화의 위험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제안서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주총에서 그녀의 아들 딜란이 속한 자산관리그룹 볼드윈브라더스의 대표가 메탄가스 규제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이지는 “메탄가스의 위험을 지속적으로 우려해왔다”며 “버핏은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가 이 문제에 관심을 두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버크셔가 정치 기부금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불이 붙었다. 이번 주총에 참여할 예정인 아이오와에 사는 콤 비어스와 메리 더피 부부는 “기업이 돈을 어떻게 쓰고 공공 정책을 어떻게 다루는지, 그들이 무엇을 지지하고 무엇을 지지하지 않는지를 주주들이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더피는 “버크셔는 다른 회사들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기대를 걸었다. 그는 “어딘가에서는 시작해야 한다”며 “버핏이 우리를 주목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버크셔 이사회는 정치 후원금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제안을 만장일치로 반대하고 있다. 모든 자회사가 본사에 보고하는 것은 너무 번거로운 일이며 현재 법적으로 저촉되는 부분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 환경 규제책에 대해서도 반대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버크셔가 기후 변화의 위험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안건은 이사회에서 11%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FT는 버크셔가 환경운동가들의 목소리를 쉽게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버핏 회장과 멍거 부회장은 주총 중 질의응답 세션에서 집중적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을 것이고 이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