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이야기] 내 집 짓기의 매력

입력 2017-04-2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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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착공을 했다. 참 길고 긴 여정이었다. 가평이나 양평을 마음에 두고 땅 보러 많이도 다녔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마음에 드는 땅을 발견하곤 아내와 함께 권리 관계를 꼼꼼히 확인한 뒤 계약을 했다. 설계를 맡길 건축가를 정하고 시공사를 결정하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아는 사람의 추천을 받아 목조주택 전문 건축가와 세 군데 견적을 받고 친구의 자문을 거쳐 건축가와 호흡이 맞는 목조주택 전문 시공사를 확정했다.

우리 부부의 소망과 건축가의 의욕을 조정하기 위해 몇 차례의 회의를 통해 의견 차를 좁히며 설계도를 그려나갔다. 회의록을 토대로 아내와 수없이 상의하고 조정하고 수정하면서 자재의 수량, 재질, 색상, 모델명까지 확정하고, 공사비가 예산을 넘지 않도록 줄이고 빼고 변경하는 일을 반복했다. 경계 측량을 하고 양평군청에 착공 신고를 하고 착공필증을 받기까지의 지난한 세월을 인내하고 견뎌내면서 세상 일이 조급하게 덤빈다고 되는 게 아님을 절감했다.

“집을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는 말이 있지만 자기 집을 짓는 기회를 평생에 한 번은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직 완공도 안 하고 살아 보기도 전에 섣부른 얘기라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내 마음에 드는 집을 돈 주고 사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과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집은 아내가 원하는 서울에 두고, 양평에 전원주택을 지어 주중에는 사무실로 쓰고 주말엔 주택으로도 이용할 계획이다. 광화문에 있던 연구소를 양평으로 옮길 때 아내는 처음엔 반대했다. 하지만 인터넷과 통신이 발달하고 도로가 개선되면서 사무실 위치가 상대적으로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설득했다. 덜컥, 땅 사고 집부터 짓는 것이 아니라 일단 사무실을 임차해 지내 보기로 합의했다. 자연친화적인 삶의 즐거움을 맛본 아내와 뜻을 모아 부부 공동의 꿈을 키워나갔다.

전원주택을 지었다가 낭패를 보고 싸우는 집을 여럿 보았다. 서울로 다시 이사를 해야 하는데 집이 팔리지 않아 애를 먹는 사람들도 보았다. 나라고 그런 갈등이나 분쟁에서 자유롭지는 않겠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악몽’ 같은 내 집 짓기가 안 되도록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지극히 실용적인 작은 집 짓기 △처음에 세웠던 예산 초과하지 않게 예비비를 20% 확보해 두기 △돈과 시간을 들여서 설계를 제대로 하고 중간에 변경하지 않기 △평생 살 집처럼 욕심 부리지 말기 △장식하고 꾸미는 돈 과감하게 줄이기 △공사 기간 넉넉하게 잡기 △모든 것을 아내와 상의해 결정하기 등이다.

이제 막 기초 콘크리트 작업이 끝나고 다음 주엔 목구조가 올라갈 예정인데, 벌써부터 올 가을이 기대된다. 2018년 봄은 더더욱 기다려진다. 사랑스러운 외손녀 ‘봄’이가 마당을 아장아장 걸어다닐 첫 봄이기 때문이다. 새소리와 싱그러운 햇살에 잠을 깨면 바람과 구름, 나비가 놀러오고 달과 별도 우리를 반길 것이다. 고요함을 만끽하며 책 읽고 글 쓰고,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시고, 산책하면서 온몸으로 햇볕을 쬐고, 개울에 발 담그는 사치도 누릴 예정이다. 토닥토닥 비가 내리는 날이면 아내와 호박전에 막걸리도 한잔 하고, 비온 뒤 맑고 단 공기도 실컷 맛볼 셈이다.

3년 가까운 세월을 통해 전원생활의 속살을 보았기에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은 없다. 그래서 텃밭은 두 평 정도만 일구고 처음부터 조경에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을 생각이다. 천천히 가꾸고 채워 나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즐기기 위해 정원은 좀 많이 비워 놓을 계획이다. 오래도록 기억될, 아름다운 추억이 가득한 우리 집 짓기, 전원생활이 되도록 요즘 아내와 지혜를 모으고 또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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