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음료 업계 만년 2등이었던 펩시코가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반면 음료업계의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코카콜라는 음료시장 변화 여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펩시코는 26일(현지시간) 1분기 조정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주당 94센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92센트일 것으로 전망했었다. 같은 기간 매출 역시 호조를 보였다. 매출은 1.6% 증가한 120억5000만 달러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119억8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큰 폭의 증가세는 아니지만 펩시코의 최대 라이벌인 코카콜라가 소비자들의 입맛 변화로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내놓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성과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평가했다. 전날 코카콜라는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3% 급감한 11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 역시 11% 줄어든 91억2000만 달러였다. 회사 매출은 8개 분기째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코카콜라는 1200개의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인력 감축으로 비용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코카콜라는 이미 2015년에도 전 세계의 관리직 1600명을 해고한 바 있다.
최근 전 세계 음료시장은 소비자들의 입맛 변화로 지형이 바뀌고 있다.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설탕이 함유된 탄산음료 대신 건강 음료를 찾기 시작하는 등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가 음료시장 지형까지 흔드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탄산음료가 주력제품인 코카콜라에 직격탄이 됐다. 펩시코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펩시코는 건강 스낵과 음료에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음료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했다.
이에 대해 FT는 인드라 누이 펩시코 최고경영자의 ‘소비자들의 죄책감을 덜어주는(Guilt-free)’ 건강 스낵과 음료 판매 전략이 이번 1분기 실적 호조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누이 CEO는 “북미 지역의 식·음료 업계에 시련에도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누이 CEO는 탄산음료 브랜드‘펩시’의존도를 줄이고자 신제품 라인을 대거 확장했다. 지난해 회사는 주스 브랜드 프로피카나에서 프로바이오틱을 첨가한 제품을 출시했고, 미국 건강음료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발효음료 브랜드 콤부차(kombucha) 제조사인 케피타를 인수해 비(非) 탄산음료 제품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코카콜라 역시 주력사업이었던 코카콜라 사업에 비중을 줄이고 비 탄산음료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20년 가까이 코카콜라에 몸담았던 무타르 켄트 CEO는 오는 5월 퇴임한다. 업계에서는 탄산음료 매출 부진이 계속되자 CEO를 교체 단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