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 구도’ 균열…‘3자 단일화’ 는 수면 아래로

입력 2017-04-2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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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14대를 제외하고 역대 대선 때마다 야권 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이뤄졌다.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첫 보수진영의 단일화 실험이 시도되고 있지만 선거 판세를 뒤흔들 막판 ‘변수’는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의 데드라인으로 꼽히는 투표용지 인쇄 하루 전인 29일까지 단 사흘 만을 남겨 두고 있는 상황에서 바른정당 유승민ㆍ국민의당 안철수ㆍ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모두 선긋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던 안 후보의 지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문재인 독주 구도’로 환원되고 있는 모습이다. 24~25일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와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지율 조사 결과에서 문 후보는 40.4%의 지지율을 얻어 26.4%의 안 후보를 14.0%포인트 차로 앞섰다. 매일경제ㆍMBN이 메트릭스에 의뢰해 2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문 후보 40.3%, 안 후보는 29.6%로 10%포인트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문재인-안철수의 양강구도가 흔들리면서 반문(반문재인) 진영의 후보 단일화가 2주일 앞으로 다가온 5·9 대선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그러나 각 당과 후보들의 생각이 제각각이어서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바른정당은 24일 격론 끝에 한국당, 국민의당과 ‘3자 원샷 단일화’ 추진을 결정하며 적극적으로 단일화 논의를 띄웠지만 어느 쪽도 긍정적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날 JTBCㆍ중앙일보ㆍ한국정치학회가 주최한 네 번째 TV토론에서도 안 후보, 홍 후보, 유 후보 모두 단일화론에 일제히 선을 그었다. 문 후보가 토론회 자리에서 이들 세 후보에게 단일화에 대한 의사를 물었지만 유 후보는 “무슨 이유로 물으시는지 모르지만, 저는 단일화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으며, 안 후보도 “선거 전 그런 연대는 없었다고 백 번도 넘게 말했다”고 했다. 홍 후보 역시 “그런 걸 왜 물어요. 나는 생각도 없는데”라며 일축했다.

바른정당 내부에서도 ‘보수 개혁’이라는 창당정신을 이어가기 위해선 단일화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알뜰 선거전’으로, 낮은 득표율로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일단락된 상황이어서 낮은 지지율만으로 유승민 사퇴 명분도 사라진 상황이다.

바른정당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25일 저녁 긴급하게 당사에서 회의를 열어 “의총에서의 3자 단일화 논란은 부적절했다. 후보 단일화는 의총에서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선거 관련 사항은 후보 의견이 가장 존중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혜훈 바른정당 선대위 부위원장도 26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당의 제안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보수의 미래를 재건하겠다고 나온 사람들이 어둡고 힘들다고 하서 도로 돌아갈 수 없다”고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실제 보수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각 후보의 지향점이 다른 탓에 득보다 실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촉박한 일정 속에 급박하게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명분 없는 단일화’란 비판에도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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