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100일 맞는 오바마, 월가 ‘살찐 고양이’ 대열 합류하나

입력 2017-04-2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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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을 맞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만큼이나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바로 퇴임 100일을 맞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다. 퇴임 후 석달간의 휴식을 마치고 최근 대외활동에 본격 나선 오바마 전 대통령이 구설수에 올랐다. 월가의 중견 투자은행이 주최하는 콘퍼런스에 기조 연설자로 나서면서 거액의 강연료를 받기로 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오바마가 월가 은행인 캔터 피츠제랄드(Cantor Fitzgerald)가 주최하는 연례 헬스케어 관련 콘퍼런스의 기조 연설자로 참석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피츠제랄드는 2년 전부터 뉴욕에서 해당 콘퍼런스를 개최해왔는데, 투자자들에게 유명 헬스케어 업체 임원들을 소개해주는 자리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자로 참여해 40만 달러(약 4억5000만 원)의 강연료를 받기로 했다.

40만 달러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이어 생존한 전임 대통령 중 두 번째 고액 강연료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퇴임 후인 지난 2011년 홍콩의 한 행사에 연설자로 참석해 1회 연설로 75만 달러를 챙긴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는 현재도 1년에 십여 차례의 연설을 하며 1회 평균 25만~50만 달러를 받고 있다.

사실 미국 대통령은 월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로비활동이 가능한 미국에서는 월가의 막대한 자금과 인맥 없이는 대통령에 당선될 수도 국정운영도 사실상 어렵다. 그럼에도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월가와 거리를 둬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직후 백악관에 입성한 오바마는 금융위기 진원지인 월가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2009년에는 CBS 방송에 출연해 “월가의 살찐 고양이 같은 은행들을 도우려고 대통령에 출마한 것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월가 고위인사들이 고액의 보너스를 챙겨간다며 이들도 금융위기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 퇴임 후 골드만삭스에서 거액의 강연료를 챙긴 것을 풍자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4월 마지막 백악관 기자단 만찬사에서 “오늘 내 만찬연설이 성공적이라면 내년에 골드만삭스(연설)에서 써먹을 것”이라며 “그러면 상당한 터브먼(20달러 새 지폐 인물 후보)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클린턴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오바마가 월가에서 거액의 강연료를 받기로 하면서 더이상 남 말할 처지가 아니게 됐다. 그의 강연료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골드만 강연료보다 2배 가까이 많다. 클린턴은 지난 2013년 골드만삭스에서 3차례 연설하고 22만5000달러를 받았다.

더구나 오바마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부터 초호화 휴식을 즐겼다. 지난 2월에는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의 카리브해 개인 소유 섬에서 카이트 서핑을 즐기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이달에는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의 업계 거물이자 자신의 오랜 지지자인 데이비드 게펜와 남태평양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할리우드 배우 톰 행크스, 미국 록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인사와 함께 초호화 요트 여행을 즐겼다.

또한 2개월 전에는 자신과 부인 미셸 여사가 각각 집필하기로 한 회고록 2권에 대한 글로벌 판권 계약을 대형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와 체결했다. 논란이 되는 건 공개되진 않았지만 계약금이 6500만 달러(약 732억 원)의 거액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그간 월가와 선을 그어오며 ‘서민 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했던 터라 이번 고액의 강연 결정은 향후 오바마의 대외활동에 역풍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오바마가 믿었던 모든 것을 폄하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한다.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는 오바마의 월가 강연 결정에 대해 “오바마를 월가에서 신입 살찐 고양이로 만들 것”라고 비꼬았다.

다만 이같은 호화 휴가에도 불구하는 오바마는 가는 곳마다 비판보다는 박수를 받았고 이해와 부러움을 샀다. 그만큼 오바마의 8년간의 노고를 국민들이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오바마는 퇴임 직전까지 58%라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날 시카고대학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 퇴임 후 처음으로 나서며 공식적인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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