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대차잔고가 사상 처음으로 70조 원을 돌파하면서 증권가에 해석이 분분하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차거래 잔고는 70조1155억 원(21일 기준)으로 집계돼 사상 처음으로 70조 원을 넘어섰다. 국내 증시의 대차거래 잔고는 2014년 42조9644억 원, 2015년 42조7024억 원, 2016년 26조6835억 원 등 40조 원대를 유지하며 완만하게 증가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불과 4개 월 만에 연 초 대비 45.76% 급증했다.
통상 대차잔고 증가는 공매도로 이어진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가 주식을 빌려서 판 후 향후 주가가 하락하면 빌린 주식을 다시 사서 갚는 형식으로 하락장에 유용한 투자 기법이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코스피가 고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향후 주가 하락에 대비해 대차거래 잔고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즉, 대차거래 잔고 급증이 증시의 단기간 급등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통상 시장지수는 고점에 접근할수록 대차잔고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연초 2022.23으로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현재(24일 종가 기준) 2171.72포인트로 151.51포인트(7.49%) 상승한 상황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권가에서 2분기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높아지면서 대형주의 대차잔고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대북 리스크 이외에 기업 실적 등을 놓고 봤을 때 조정을 볼만한 뚜렷한 근거가 없고, 지난 주 연기금이 5000억 원을 집행해 시장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다”면서 “내달 역시 연기금이 대규모 자금을 집행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식시장은 상반기 강세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으로는 매매 기법의 기술적인 부분이 대차잔고 증가에 상당부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많다. 주식 매수와 매도 전략을 동시에 시행하는 헤지펀드들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대차잔고 증가는 하락장에 베팅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이지만, 최근 현상은 과거와 좀 다르다”며 “롱숏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헤지펀드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매매 테크닉 변화에 따른 현상으로 읽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