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 선거 1차 투표 이후 유로화 가치가 5개월 만에 최고치로 급등했다.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1위로 결선 투표에 진출한다는 출구 조사 결과가 전해지면서 24일 유로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전일 대비 1.9% 올라 1.0935 달러까지 상승했다. 이는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전일 대비 3.3%까지 상승해 120.82엔을 찍었다.
극좌 후보인 장뤼크 멜랑숑과 극우 후보인 마린 르펜이 동시에 결선 투표에 올라가는 결과를 막은 게 유로화 가치 상승을 이끌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프랑스 대선이 극과 극의 대결로 치닫지 않게 되자 유로화는 안도 랠리를 보인 것이다. 극좌 후보인 멜랑숑은 선거 유세 후반 뒷심을 발휘하며 지지율 4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때문에 유럽연합(EU) 탈퇴를 주 공약으로 내건 르펜과 마찬가지로 EU에 부정적이었던 멜랑숑이 함께 결선이 진출할 가능성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멜랑숑은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JP모건의 빈센트 주븐스 애널리스트는 “이것은 매우 시장 친화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애나 부시 이코노미스트는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론 조사가 신빙성이 높았다는 것이고, 이에 따라 여론 조사는 결선 투표에 대한 자신감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 투표와 미국 대선 결과가 시장 예상과 일치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은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당시 여론조사는 브렉시트 부결을 점쳤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도 희박한 것으로 전망했다. 결과가 예상과 반대로 나타나자 투자자들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WSJ는 전했다.
BBH의 마크 챈들러 애널리스크는 “오늘 유로화 가치가 급등하는 등 시장의 모습은 놀랍지 않다”며 마크롱의 결선 진출이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고 분석했다. 그는 “출구 조사 결과가 알려지자 유로화 가치는 즉시 상승했고 이후 차츰 상승폭을 줄였다”고 말했다. 챈들러 애널리스트는 “올해 초 네덜란드 총선처럼 극우 포퓰리즘 물결은 옅어질 것”이라며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인‘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던트러스트의 짐 맥도널드 애널리스트는 “유럽의 경제 지표는 최근 회복세를 보였고, 주식은 저평가되어 있으며 프랑스의 1차 투표 이후 안도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낙관했다.
그러나 르펜 후보에 대한 우려를 강조하는 견해도 만만찮다. 제번스 글로벌의 킹슬리 존스 CIO는 “결선 투표에서 르펜이 마크롱과 격차를 좁힐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시장은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마크롱의 당선을 원하고 있다”며 “마크롱의 승리가 시장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