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중도신당 후보가 최종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속타는 이가 있다. 바로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다. 유럽 통합을 주장하는 마크롱이 프랑스의 새 대통령이 되면 아무래도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기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23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중도신당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가 결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프랑스 내무부가 24일 집계한 1차 투표 공식 결과에 따르면 개표가 98% 진행된 상황에서 마크롱이 23.82%, 르펜이 21.58%를 득표해 각각 1, 2위를 차지하며 결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프랑스 대선 역사상 처음으로 비제도권 정당 출신 후보 둘이 결선에서 맞붙게 된 것이다.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과 극진좌파 진영의 장뤼크 멜랑숑은 공동 3위에 그쳐 결선 진출이 좌절됐다. 프랑스의 대선은 5년에 한 번 실시되는데, 1차 투표에서 50% 이상의 표를 획득한 후보가 당선된다. 해당자가 없으면 상위 두 후보를 놓고 2차 투표를 다시 실시한다. 사실상 결선 투표인 2차 투표에서는 표를 더 많이 얻은 후보가 이긴다. 1965년 이후 1차 투표에서 대통령이 갈린 적은 아직 없었다.
11명이 출마한 이번 프랑스 대선 1차 투표는 마크롱, 르펜, 피용, 멜랑숑 4명의 후보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4파전 양상을 보였다. 특히 4명 후보 중 르펜과 멜랑숑 후보가 각기 다른 이유로 유럽연합(EU)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워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다행히 1차 투표 결과 ‘EU 잔류파’인 마크롱과 ‘EU 탈퇴파’인 르펜이 결선 투표를 벌이게 돼 EU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면하게 됐다.
2차 투표는 5월 7일이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당장 결선 투표가 실시될 경우 마크롱을 찍겠다는 응답률이 62%, 르펜을 밀겠다는 응답률이 38%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예상대로 마크롱이 결선 투표에서 승리하면 영국은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에서 매우 어려운 국면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마크롱은 이번 프랑스 대통령 선거 출마자 중 가장 친 EU 성향의 인물로, 2월 영국 런던을 방문했을 때 영국의 EU 탈퇴에 대해 “공정한 실시”를 요구하며, 영국이 “부당한 이득을 확보하는 것은 불허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EU 통합을 지키기 위해 EU에서 이탈하는 영국이 과도하게 양보를 요구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즉 EU를 탈퇴해 회원국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는 지지 않고 단일시장 접근권 등 이점만 챙기는 이른바 ‘체리피킹(좋은 것만 골라가는 행위)’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마크롱이 이런 발언을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은 충분하다. 23일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마크롱은 과반 득표에는 실패했지만 1위를 차지함으로써 5월 7일 결선 투표에 진출했고, 탈락한 후보들로부터 지지를 얻어냈다.
싱크탱크 ‘변화하는 유럽 속의 영국’의 아난드 메논 소장은 “마크롱은 EU의 입장에서 떠나지 않는다. 일부 사람들과 달리 마크롱은 영국의 EU 비판에 공감하지 않는다. 그에게서 그런 것은 전혀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