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베네수엘라, 다국적 기업 무덤 되다

입력 2017-04-21 09:03 수정 2017-04-2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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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에서 20일(현지시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출처 = AP연합뉴스
▲베네수엘라에서 20일(현지시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출처 = AP연합뉴스

한때 기회의 땅이었던 베네수엘라가 다국적 기업들의 무덤으로 추락하고 있다. 시민들이 극심한 경기 침체에 반발해 반정부 시위까지 벌이면서 다국적 기업들이 속속 현지에서 발을 빼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제너럴모터스(GM)는 베네수엘라에서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지 정부가 갑자기 GM 공장을 몰수하면서 양측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린 것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공장을 압수한 이유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GM 측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초래했다”며 베네수엘라에서 사업을 철회하겠다고 했다. GM은 베네수엘라에서 약 2700명의 직원을 두고 있고 79개의 딜러가 39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동시에 베네수엘라에서 35년간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켜온 최대 기업이다.

베네수엘라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한 이유는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경제를 망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실업률이 2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장을 몰수당한 GM은 20일 베네수엘라에서 사업 철회를 선언했지만, 사실은 그전부터 다국적 기업들이 베네수엘라 사업을 접어왔다.

2015년 펩시는 베네수엘라 사업에서 14억 달러(약 1조5932억 원)의 손해를 봤다. 당시 펩시는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더는 실적에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츠 크래커, 오레오쿠키 등을 만드는 과자 제조업체 몬델리즈는 작년에 8억 달러의 손실을 본 뒤 베네수엘라에서 사업을 중단했다. 맥도날드는 지난 2년간 베네수엘라에서 식량 부족 사태가 일어나 일시적으로 빅맥과 감자튀김 판매를 중단했다. 코카콜라는 아직 사업을 접지는 않았으나 베네수엘라에서 계속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코카콜라도 설탕 공급이 부족해 작년에 일시적으로 생산을 중단했다. 항공업계에서는 델타, 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항공사를 포함해 루프트한자, 알이탈리아, 라탐항공 등이 베네수엘라 노선을 대폭 줄였다.

CNN머니는 S&P500 기업 중 약 10% 해당하는 46개 미국 기업이 2015년 베네수엘라의 화페인 볼리바르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피해를 봤다고 분석했다. 2015년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10% 감소했고 인플레이션율은 200%를 넘어섰다. 작년 한 해 동안 볼르바르화는 60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그 결과 IBM, 오라클, GE, 포드 등 기업은 실적에 베네수엘라 사업부 몫은 포함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GM 공장 몰수 사태와 관련해 세부사항을 검토 중이며 베네수엘라 정부가 신속하게 이번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미국 정부가 어떤 조처에 나설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2007년 우고 차베스 정부 때 미국 기업의 사업 시설을 강제 점거한 적이 있다. 당시 차베스 정부는 엑손모빌이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와 합작 제의를 거부하자 유전 개발 시설을 압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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