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끝나는 회의실이 가장 애착이 갑니다.”
CJ헬로비전 회의실은 독특하다. 겉모습은 여느 회의실과 다를 바 없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유분방한 CJ헬로비전만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24개 회의실마다 독특한 별칭을 갖고 있는데, 명칭 하나하나가 ‘촌철살인’이다. 회의실 명을 직접 만든 정다원 CJ헬로비전 UXㆍUI팀 대리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회의가 장시간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회의실 명이라도 ‘빨리 끝나는 회의실’이라고 지으면 일찍 끝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그렇다고 대충 마무리하자는 게 아니고 철저한 준비와 화합을 통해 불필요한 시간을 줄여 회의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CJ헬로비전은 지난해 10월 상암동으로 사옥을 이전하면서 회의실 공모전을 진행했다. 일방적인 수직적 문화에서 벗어나 구성원들이 스스럼없이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수평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다소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질 법한 임원 회의실도 정 대리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탈바꿈했다. 정 대리는 “임원 회의실은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장소인 만큼 정확하고 신속한 결론이 필요한 만큼 ‘결론이 확실한 회의실’로 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정 대리는 회사 내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 뱅크로 유명하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자유분방한 그녀의 뉴욕에서 공부하던 경험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녀는 대학시절 뉴욕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정 대리는 “남들이 다하는 인포그래픽 공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것을 해보려고 노력했다”며 “빔프로젝터를 학교 벽면에 비춰 아트스쿨이라는 걸 형상화하기도 했고, 한글 티셔츠 바로 입기 캠페인을 통해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디자인스쿨을 졸업한 그는 광고회사에서 재능을 갈고 닦은 뒤 2012년 CJ헬로비전 입사 했다. CJ헬로비전으로 이직하면서 CI·BI 등 로고가 들어가는 모든 것들을 디자인하는 디자인팀에서 근무 중이다. 최근 조직 개편과 맞물려 UX·UI 인력과 디자인팀으로 합류했다. 디자인 팀이 마케팅 관점을 넘어 사용자의 경험 자체를 디자인해야 한다는 회사 방침에서다.
자유로움이 몸에 밴 그였지만, 임원 회의실의 명칭을 실제로 바꿀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는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우며 흔쾌히 수락했다. 정 대리는 “오히려 임원분들께서 임원 회의실의 이름을 특히 잘 지어달라며 청탁 아닌 청탁을 하셨다”며 “직원과 임원 간의 의사소통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잘 통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회사가 이렇게 깨어 있는 회사구나”라고 느꼈다며 웃음 지었다.
CJ헬로비전은 CJ 그룹 내에서도 가장 유연한 조직문화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8월 복귀한 변 대표의 영향도 적지 않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안상준 CJ헬로비전 인사팀 과장은 “대표님께서 정 대리가 속한 디자인 UX·UI 팀과 함께 평일 오후에 서울 모터쇼장을 직접 찾아 관람한 뒤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면서 편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변 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일주일에 2번 이상 직급별 간담회를 열고 임원부터 사원들까지 직접 마주 보면서 직접 소통하는 자리를 즐기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