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A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박모 씨 등 2명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에스크로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 신용관계가 불확실할 때 상거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제3자가 중계하는 매매 보호 서비스를 말한다. 테마파크 아인스월드를 운영하는 업체 아인스는 한 법무법인에 이 업무를 맡기고 계좌를 설정했다. 하지만 아인스는 이 계좌에 선급금 10억 원이 존재하는 것처럼 2009~2011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허위계상했고, 외부감사를 맡은 A회계법인은 아인스 재무제표에 문제가 없다며 적정의견을 냈다. 그러자 금융위는 담당 회계사 2명에 대해 직무정지 1년 또는 6개월 처분을 내렸다.
1·2심은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단해 박 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에스크로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돼 선급금이 존재한다는 점이 감안됐다. 또 계약이 유효하지 않더라도 감사인이 법무법인에 유선확인이나 조회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해서 중대한 잘못이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당시 회계감사기준에 따르면 자산의 실재 여부는 주어진 감사기준일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전직 경영진이 이 계좌와 관련된 87억 원대 횡령 혐의로 수사받던 상황인 점 등을 감안하면 재무제표의 중요한 부분이 왜곡돼 있을 수 있다는 '전문가적인 의구심' 가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