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할리우드 영화 산업을 좌우하는 큰 손으로 떠올랐다. 자금력과 10억 명 이상의 잠재 관객을 보유한 중국 시장이 할리우드 영화 산업을 지탱하는 기둥이 됐다고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인 맷 데이먼과 중국 배우인 징 티안이 함께 레드카펫을 걷는 모습은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중국의 장이모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인 ‘만리장성’은 유니버셜픽쳐스와 중국의 완다그룹이 합작해 만든 것이다. 파라마운트픽쳐스의 아담 굿맨 전 책임자는 “우리는 10년 전에 중국을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제 할리우드는 중국 없이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작년 한 해 중국 박스오피스 수입은 66억 달러(약 7조5000억 원)를 기록하며 세계 2위를 차지했다. 144억 달러를 벌어들인 미국과 차이가 나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몇 년 안에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영화 티켓 판매는 2011년 기준으로 3배 이상 성장했다. 작년 11월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관을 가진 국가로 등극했다. 작년 한 해 중국 박스오피스 수입은 전년보다 약간 감소했지만 여전히 중국의 영화 시장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영화는 문화적 대세로 자리 잡았다”며 “현재 중국은 번영의 길을 걷던 1950년대 미국을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영화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할리우드 영화의 중국 진출에서 검열 문제는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중국 당국은 “사회 질서를 혼란스럽게 한다” 또는 “사회의 도덕 수준을 떨어트린다”는 이유로 성 관계, 귀신 등장 같은 장면을 삭제토록 하고 있다. 심지어 시간을 거스르는 ‘타임슬립’도 개인이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전제를 하고 있다며 금지했다. 대표적으로 영화 ‘로건’은 중국 당국이 폭행 장면을 삭제하고 나서 14분이 단축됐다.
현재 중국은 수입영화 쿼터를 1년에 34편으로 제한했다. 올해 중국은 미국 정부와 협상에서 쿼터 확대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WSJ는 이에 발맞춰 중국 전역에서 극장 건설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영 중국영화그룹이 소유한 씨네아포의 이 리 이사는 “가라오케 바를 영화관으로 만들어 중국의 젊은 커플들이 유입되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그러냈다. 그는 “기성세대들은 가라오케에 가곤 했지만 이제 젊은이들은 영화관을 찾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