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칼럼] 결선투표제가 필요한 이유

입력 2017-04-1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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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건설교통부 장관

최근 대통령선거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3월만 하더라도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여유 있게 1등을 하고 있었는데 각 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서 4월 초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갑자기 높아지고 있는가?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당초부터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 외에, 전에는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지 않던 보수계층 사람들이 안철수 후보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호감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의 사드 반대, 북한 우선 방문, 공공부문 고용 증대 등의 정책에 대해 보수층은 불안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전략적 투표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내가 좋아하는 후보는 홍준표 후보인데 그를 찍으면 표가 안철수 후보와 분산되어 내가 가장 우려하는 문재인 후보가 당선될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여론조사 결과로 볼 때 문재인 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큰 안철수 후보를 지지해 내가 싫어하는 최악의 후보를 막아 보자는 심리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단순 다수결 선거제도에 그 원인이 있다. 현재 선거는 득표율이 50%가 안 되어도 최대 다수의 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만일 1차 투표에서 지지율이 50%가 넘는 후보가 없을 경우 상위 득표자 2인이 결선 투표하는 제도가 있으면 1차 투표에서는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게 될 것이다. 자기가 싫어하는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서는 결선투표에서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면 되기 때문이다. 결선투표제가 있으면 1차 투표에서는 민의가 비교적 고스란히 드러나고 결선투표를 통해 유권자 과반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선출직 공직자는 대다수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다수결 선거제도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과거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후보가 경쟁하여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국민들은 민주화를 추진할 후보를 원했으나 후보 난립으로 노태우 씨가 어부지리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득표율을 보면 노태우 37%, 김영삼 28%, 김대중 27%였다.

2014년에 치러진 서울시 교육감 선거도 마찬가지였다. 보수계층의 문용린 후보(31%)와 고승덕 후보(24%), 이상면 후보(6%)의 득표율을 합하면 61%로 진보계층의 조희연 교육감 득표율(39%)을 압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희연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됐다. 대다수 국민은 보수적인 교육감을 원했는데 결과는 국민이 원치 않는 진보적 교육감이 당선된 것이다. 두 사례에서 보듯이 현재의 제도에서는 과반수 유권자의 의사에 반하는 후보자가 당선되는 일이 벌어진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번 대통령 후보 선출과정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국민의식 수준이 낮고 불법, 부정 요소가 많아 선거 치르기가 힘들어 결선투표제를 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도입할 여건이 되었다.

프랑스는 결선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 대선에서는 보수 후보들이 난립하여 극좌파인 마린 르펜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소수의 지지를 받는 극좌파 후보가 당선될 수 있을 것이나 프랑스는 결선투표가 있어 결국 보수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선거를 한 번 더 하더라도 민의에 맞는 공직자를 선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더 이상 대다수 국민이 원하지 않는 공직자가 선출되지 않도록 대통령, 국회의원, 지자체장, 교육감 등 주요 공직자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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