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남녀' 조연출 고(故) 이 모 PD 사망을 놓고 유가족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면서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PD의 대책위가 18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고인의 죽음이 CJ E&M에 의한 사회적 살인이라 규정하고, 회사의 사과를 촉구했다. 유가족 측은 장시간 고강도 노동과 군대식 조직문화 등이 이 PD의 사망 이유라고 꼽았다.
고인은 지난해 1월 CJ E&M에 입사했고, 그해 4월 18일 '혼술남녀' 팀에 배치됐다. 하지만 입사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26일,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책위는 '혼술남녀' 제작 현장에서의 과중한 업무 강도에 주목하고 있다. 대책위 측은 "'혼술남녀'의 촬영·장비·조명 담당 외주업체 및 소속 스태프가 교체되면서, 실질적인 제작 기간이 축소됐다. 그로 인해 노동 환경이 극도로 악화됐고, 심각한 노동 강도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대책위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이 PD는 55일 동안 단 이틀만 휴무 상태였다.
또한, 대책위는 동료들의 언어 폭력도 문제로 지적했다. 대책위는 "CJ E&M이 이례적인 수준의 따돌림이나 인권 침해는 없었다. 하지만 녹취록 등 물적 증거를 통해 현장에서의 욕설 행태를 입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대책위 측은 "진상규명을 위한 5개월 동안의 조사 과정에서 CJ E&M은 유가족이 조사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고 내부 자체 조사만 고집했다. 뿐만 아니라 객관적 자료는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고인의 근무태만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CJ E&M 측은 대책위와 이견을 보였다.
우선, 대책위는 CJ E&M과 함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 자체적인 조사를 제안했다. 몇몇에 책임을 묻기 보다는 재발방지가 중요하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CJ E&M 측은 가해행위를 명명백백히 따지기 위해서라면 경찰 조사를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대책위는 "해당 사건이 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만큼 경찰 조사는 의미가 없다"며 회사 측과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양 측의 입장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만큼 해당 사건의 조사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지, 대중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