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6일 앞으로 다가왔다.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당수(48)와 중도파 엠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산업디지털장관(39)이 수위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가운데, 유럽 공동체 회의론자인 급진좌파 장뤼크 멜랑숑을 포함한 총 4명이 표심 쟁탈전을 벌인다. 유럽연합(EU)의 미래를 좌우하는 이번 프랑스 대선은 혼전 양상이 강한 가운데 한치 앞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프랑스 여론조사업체 Ifop(13일)에 따르면 현재 지지율은 르펜(23.5%)과 마크롱(22.5 %)이 근소한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개월 전에 비하면 각각 2~3%포인트 가량 떨어진 것이다. 3위는 공화당(중도 우파)의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63). 피용 전 총리의 지지율은 19%로 지난번 조사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들어 지지를 급속도로 늘리는 급진 좌파 멜랑숑(65)의 지지율은 피용과 같은 19%. 1개월 전보다 7%포인트나 상승했다. 양대 정당의 후보자 대결이라는 기존의 구도는 깨진 지 오래다.
프랑스 대선은 1차에서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결선을 치른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선두 다툼을 하는 르펜과 마크롱이 5월 7일 결선 투표에서 맞붙을 경우 마크롱이 약 20%포인트 차이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통상대로라면 약 80%에 이르는 투표율이 이번에는 약 70%에 그칠 것으로 지적된다. 투표율이 낮을 경우, 열렬한 지지자가 많은 르펜에게 유리하다고 관측되고 있다.
이번 선거전의 최대 이슈는 경기 대책, EU, 이민 등 3가지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이 높은 건 경기 대책. 프랑스의 실업률은 2009년에 시작된 유럽 재정 위기의 영향이 계속 이어지면서 EU의 평균치 (8%)보다 높은 10% 수준이다. 이에 젊은층을 중심으로 정치에 대한 분노가 끓고 있다.
마크롱과 피용은 규제 완화와 기업 활동 촉진을 주장한다. 마크롱은 12일 “경제를 간소화해야 기업이 활성화된다. 일자리도 생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이 납부하는 사회보험료 감액이나 기업가 지원을 주장함으로써 경제 정책에서 인기가 가장 높다. 재정 투입으로 경기 부양을 하겠다는 피용 전 총리는 공무원 50만 명 감소를 골자로 한 대폭적인 세출 삭감과 더불어 주 35시간 노동제 폐지 등 산업계에 민감한 정책을 주장한다.
르펜과 멜랑숑은 보호주의 입장으로 둘 다 자유무역에 반대다. 르펜은 11일 “야만적인 규제 완화에 노동자를 노출시키는 것이 정치인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한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EU와의 관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주장이 엇갈린다. 마크롱이 EU 통합을 가장 강하게 주장, 방위 분야 등 더욱 과감한 통합을 호소한다. 피용도 EU 통합파이지만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도 주장하고 있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대러 정책에서 EU 회원국과 보조가 맞지 않을 수 있다.
EU 회의론자는 르펜과 멜랑숑이다.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 모두 유로존 이탈, EU 탈퇴를 고수하고 있다. 프랑스 하원에 해당하는 국민 의회의 승인이 없으면 이 공약은 실현이 어렵다고 여겨지지만, 두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EU의 원심력을 강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민 정책은 멜랑숑, 마크롱, 피용, 르펜 순서로 엄격하다. 마크롱은 이민자의 동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피용은 이민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멜랑숑의 약진은 선거전이 종반에 접어들면서부터 주목받고 있다. 유창한 연설로 TV 출연 기회를 포착하면서 저소득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관측이다. 12일에는 노동 시간을 줄이고, 최저 임금을 올리겠다, 학교 식당을 무료로 하겠다며 표심 잡기에 열을 올렸다.
현재 시점에서 투표 대상을 결정하지 않은 부동표도 약 30% 되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과거에 없던 선거전이라면서 유권자들이 투표 직전까지 고민하고 투표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