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교양 콘텐츠 서비스인 ‘네이버캐스트’에 연재 중인 ‘화학산책’이 누적 조회수 1000만을 눈앞에 두고 인기 코너로 떠올랐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웹툰이나 달성할 만한 높은 조회수다.
대중에게 과학을 널리 알리는 이 코너의 저자 여인형 동국대 화학과 교수(60)는 “과학 독서로 얻을 수 있는 건 화학반응이 어떻고 하는 지식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그는 영국왕립과학협회의 ‘누구 말도 믿지 마라’라는 슬로건을 인용하며 “아쉽지만 우리나라엔 아직도 타인에게서 받는 정보를 그대로 믿는 경향이 강하다. 하다못해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결과에만 관심을 둘 뿐, 응답률을 살펴보는 경우가 드문 게 안타깝다”고 밝혔다.
여 교수는 ‘과학독서아카데미’의 3대 회장이기도 하다. 과학독서아카데미는 지난 1999년부터 18년째 매달 셋째 화요일마다 동국대에서 모여 과학 서적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매회 40~50명의 인원이 모이는 이 모임엔 과학 교사나 교수 등 과학 전문가는 물론, 공인중개사, 주부 등 과학 독서와 토론에 관심이 많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인다.
여 교수는 과학 독서로 길러지는 합리적 사고의 힘은 산업 발전에 강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인터넷에서 제품을 살 때 공인인증서니 뭐니 얼마나 복잡합니까? 우리나라 기업가들이 이 복잡한 절차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해봤다면 모든 게 단번에 해결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어 “그렇게들 부르짖는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는 과학이 아니다”며 “맞는지 틀리는지 한 번이라도 의심해 보는 습관이 과학이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장점에도 과학독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아직 미미한 게 여 교수는 답답하기만 하다. 어느날 여 교수가 교보문고에서 자신이 쓴 대중용 과학서적을 찾아보니 두꺼운 화학 전공서적들 사이에 끼어 있는 걸 보고 씁쓸한 기분마저 들었다고 한다. 그는 “아무리 좋은 과학 책이라도 일단 보여야 살 것 아니겠느냐”며 “출판사와 서점에 정부지원을 해서라도 훌륭한 과학도서들을 앞에 비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화학산책’ 코너를 운영하는 것도 과학 학문은 전문가 영역이 아니라, 일반인이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 분야라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했다. 특히 일반인들이 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사회 발전의 원동력 역시 커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여 교수는 “19세기 영국에서 귀부인들이 과학자들을 후원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시절이 있었다”며 “당시 영국에선 패러데이 같은 학자가 등장했고, 산업혁명이 꽃을 피웠다”고 사례를 들었다.
“국가가 발전하려면 사회 지도층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듯이, 과학 분야에 대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