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 파고가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중장기 통상 청사진을 담은 ‘신(新)통상로드맵’이 차기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한 달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통상 정책에 대한 방향키를 사실상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인선이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당초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말 공개를 목표로 2013년 마련한 신통상로드맵 개정 작업을 진행했다.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3년 6개월 만에 신통상로드맵을 확정했지만, 한미 관계 등 대외 여건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이르면 상반기 중으로 발표가 미뤄졌다.
개정되는 신통상로드맵에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통상 교섭 방향, 미국·유럽연합(EU)·중국과의 협력 체계, 무역기술장벽(TBT) 대응 인프라 강화 방안 등이 담긴다. 성장잠재력이 큰 유망시장과의 FTA로 대응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4일 “최근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에 따른 한미 관계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등 대외 관계 불확실성이 지속돼 이런 부분을 더 반영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어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 통상 무역 라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통상정책과 대외협상을 총괄하는 무역대표부(USTR) 대표 내정자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가 아직 상원의 인준을 받지 못한 상태여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흐름에 따라 대응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미국과 중국의 압박이 통상에 더해 안보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로 우리 통상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통상 압박에 우리 경제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어 국익의 극대화를 모색하는 신통상전략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중국 등 무역적자가 많이 발생하는 국가들에 대한 실태를 조사해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꾸준히 흑자를 기록해온 만큼 자칫 미국 무역당국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이인호 통상차관보는 “최근 미국에서 주목할 만한 조치가 계속 발표되고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