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한 달 만에 비판적 접근에서 미국 수출에 도움이 됐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놔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USTR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한 한국 등 교역 상대국 60개국에 대한 통상 규모와 평가ㆍ문제점 등을 담은 연례 보고서에서 한미 FTA에 대해 “관세 인하 및 철폐 조치가 이어지면서 미국 수출업체들에 새 시장 접근 기회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양국의 상품ㆍ서비스 교역 규모는 2011년 1265억 달러에서 2015년 1468억 달러로 증가했다. 서비스 품목의 경우 미국의 대한국 수출액은 같은 기간에 23.1% 증가한 205억 달러로 늘었다.
이는 지난달 1일 USTR가 ‘2017 무역정책 어젠다’ 보고서에서 “한미 FTA가 무역적자를 2배 이상 늘렸다”고 한 것과 상당한 온도차다.
한미 FTA에 대한 평가가 냉온탕을 오고 간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 내 보호무역주의자들과 자유무역주의 옹호세력 간 치열한 헤게모니(주도권) 싸움이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달 1일 발표된 통상정책보고서는 작성 기관이 USTR이지만, 서문(序文)에 해당하는 ‘대통령의 2017년 무역정책 어젠다’ 부분은 대표적인 강경 보호무역주의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NTC)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는 진영이 월가 출신의 온건 자유무역주의 옹호론자들이다. 이번 보고서의 주도자는 명시적으로 나와 있지는 않지만 온건론자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은 온건 자유무역주의자로 분류되고 있다.
다만, USTR는 이번 보고서에서 여전히 한국의 무역ㆍ투자장벽이 심하다고 언급했다.
농산물, 공산품 등 30개의 무역ㆍ투자 장벽을 열거하고 지식재산권 심사 제도, 법률서비스 시장 개방 등도 언급해 우회적으로 압박을 했다.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을 우려하던 한국 통상당국은 일단 USTR의 이번 보고서에 한숨 돌리게 됐다.
트럼프 정부가 재검토를 예고한 미국의 각종 무역협정 중 한미 FTA는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놓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미국 제조업 부활을 목적으로 한 무역 관련 행정명령 2건에 서명했다. 첫 번째 행정명령은 국가별ㆍ상품별로 무역적자를 초래하는 구조를 면밀히 파악하라는 명령이다. 상무부는 앞으로 90일 동안 중국 등 대미 무역흑자국 실태를 조사해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두 번째 행정명령은 외국 제조업체들이 불공정한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해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지 못하도록 반덤핑 조치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