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은 여야 구분 없이 보편적 복지 공약이 대세였다면 이번 대선은 결이 조금 다른 분위기다. 각 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둘러싼 입장 차가 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이 제기해 대선 정책공약 중 핫이슈가 된 기본소득제의 운명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재 대선주자들은 선명한 보편적 복지를 약속하는 주자,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의 주자, 그리고 선별적 복지로의 유턴을 강조하는 주자 이렇게 세 그룹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이재명 시장은 보편적 복지론자로, 기본소득제는 그의 대표 공약이기도 하다. 이 시장의 기본소득제는 아동(0∼12세), 청소년(13∼18세), 청년(19∼29세), 노인(65세 이상), 장애인, 30∼64세 농어민 등 국민 가운데 2800만 명에게 연간 100만 원을 지급한다. 재원은 기존 정부 예산의 구조조정(400조 원 중 7%)을 통해서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국토보유세 신설로 재원을 마련해 조건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 국민에게 연간 30만 원씩 토지배당도 지급한다.
그렇다 보니 연 43조 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의 현실성이 당내에서도 공격의 빌미가 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 시장의 공약이 비현실적이라면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아직 구체적 안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아동수당을 도입하고, 기초연금 대상을 현행 하위 70%에서 80%로 확대하는 동시에 연금액도 월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측은 기초연금의 경우 상위 20%만 제외하는 만큼, ‘준보편주의’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아동 - 노인 - 장애인 - 여성 등 타이타닉호에서 구명보트에 타는 순서대로 재정을 지출해야 한다”면서 복지의 우선순위를 제시하긴 했으나 기본적으로 보편 - 선별적 복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유승민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는 초·중·고교생 자녀 1인당 10만 원을 지급하는 아동수당제 도입, 3세 미만의 양육수당을 현재보다 2배로 인상하는 보편적 복지 실현 공약을 발표했다. 다만 기초연금에 있어선 소득 하위 50% 노인에게 수급액을 차등 인상하겠다는 선별적 복지 공약도 함께 걸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역시 “기본소득 같은 보편적 복지엔 반대한다”면서도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유력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는 선별적 복지를 주창하는 대표 주자다. 홍 지사는 누리과정 지원금을 소득계층별로 차등 지급해 상위 20%는 지원 대상에서 빼고, 하위 20%는 지원금을 2배로 주겠다고 발표했다. 경남지사 재임 중에도 무상급식을 중단시켜 주민소환까지 당했지만 선별적 복지에 대한 신념이 변하지 않은 셈이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무상급식 논쟁 이후 힘이 실린 보편적 복지는 지난 대선에서 여당이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무상보육인 누리과정 공약까지 내걸 정도로 ‘유행’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에서 예산 부담 문제를 둘러싼 보육 대란까지 겪으면서 실현 가능성을 다시 꼼꼼히 따져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난 대선보다 스펙트럼이 넓은 공약들이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받고 있는 건 기본소득 공약의 운명이다. 이 시장은 4차산업시대의 대량 실업사태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주장하지만 재원 마련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계속돼, 그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되지 않는 한 공약도 빛을 보지 못할 공산이 크다. 다만 문재인 전 대표도 지역화폐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이 시장의 공약에 ‘절반의 찬성’ 입장을 표함에 따라, 이 시장의 공약을 대상을 좁혀 수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