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을 보고 약속해” 도시바 원자로 담판지으러 日까지 날아간 美전력회사 CEO

입력 2017-03-3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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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 주 전력업체 서던컴퍼니의 토머스 패닝 최고경영자(CEO)가 30일 불쑥 일본을 찾았다. 서던은 일본 도시바의 미국 원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H)가 진행하던 조지아 원자로 건설 프로젝트의 발주업체. WH가 29일(현지시간) 파산보호을 신청하면서 조지아 원자로 건설 프로젝트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이를 담판짓기 위해 일부러 태평양을 건넜다.

3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패닝 CEO는 도시바의 자회사인 WH가 미국 연방파산법 11조에 따라 파산보호 신청을 한 뒤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일본 도쿄로 날아갔다. 도시바의 쓰나가와 사토시 CEO를 만나기 위해서다. 패닝 CEO는 “사토시 CEO의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려고 왔다”며 “조지아에 건설하기로 한 2기 원자로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감을 환기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서던은 2012년 WH와 조인트벤처를 세우고 조지아 주 보그틀 지역에 원전 2기를 건설 중이다. 각각 2019년과 2020년 완공 예정이다. 그런데 도시바 경영난의 주범으로 지목된 WH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서던이 수십억의 초과 비용을 뒤집어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건설 완료 시점도 언제까지 미뤄질지 불투명하다. 패닝 CEO가 다급하게 일본까지 건너간 이유다.

전문가들도 WH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서던의 원전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디스의 마이클 헤거티 이사는 “WH의 파산과 도시바의 경영난은 원자로 건설 프로젝트에 심각한 의문을 던지게 한다”고 말했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도 이번 주 투자 노트에 “서던은 조지아의 원전 건설을 포기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 측도 “WH와 협력해 조지아 주에서 원자로 건설을 맡은 서던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원자로 건설을 하는 스캐나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전 건설이 지연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압박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정책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0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미국 내 70만 개 일자리 창출”을 공언했다. WH 파산으로 원전 건설이 지연되면 아베 총리의 약속도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서던의 패닝 CEO는 “미·일이 공동으로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에너지, 인프라 협력의 기본 프로젝트”라며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투자 촉진으로 연결되는 가장 좋은 예”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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