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회장이 중국 장화이자동차(JAC)와 합작사를 설립해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슬림 회장이 50%의 지분을 보유한 자이언트모터스가 2억3000만 달러를 투자, JAC와 합작사를 설립했다. 이 합작사는 JAC 자동차와 제품을 생산해 미국 등 북쪽이 아닌 멕시코 판매와 남미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합작사는 JAC가 설계하고 생산에 참여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28일 출시한다.
슬림의 이번 합작사 설립 소식은 일부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갈등을 빚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부터 멕시코에 미국 내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고 주장하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의 재협상 또는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 기업을 비롯한 제조 기업에 미국 내 생산을 늘릴 것을 압박하고 있으며 수출을 장려하려고 수입품에 대해선 세금을 공제해주지 않는 이른바 국경조정세를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등쌀에 미국 포드자동차는 16억 달러 규모의 멕시코 생산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포기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도요타 등 멕시코에 공장 설립 계획이 있거나 건설 중인 기업들도 ‘알아서’ 미국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멕시코 입장에서 나프타 재협상과 국경조정세 추진 움직임은 상당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멕시코가 대미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 다각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합작사는 멕시코 재벌인 카를로스를 필두로 수출 다각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이언트모터스의 엘랴스 마스리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공급과 수출에 있어서 나프타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면서 “우리에게 그것은 기회가 있는 곳일 뿐”이라고 말했다.
JAC가 멕시코 기업과 손잡은 것은 중국이 멕시코를 라틴아메리카 시장의 수출 허브로 삼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FT는 평가했다. 멕시코는 현재 십여 개의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44개국과 무역 관계를 맺고 있다. 아우디와 같은 자동차 기업들이 멕시코를 글로벌 수출 기지로 삼고 있으며 BMW도 곧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마스리 CEO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글로벌 진출에 대한 분명한 의도를 가진 반면 글로벌화된 국가라고 생각했던 나라들이 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허브로서가 아닌, 멕시코 국내 시장 자체도 매력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브라질과 러시아, 중동 등 중국 자동차 업계의 핵심 시장이 최근 수개월 사이 부진한 가운데 멕시코 시장의 매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멕시코에 대한 압박은 여전하지만 지난 1,2월 북미 자동차 생산 비중에서 멕시코는 20% 넘게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급증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과 캐나다 생산은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