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날 대우조선해양 채무 조정 관련 첫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내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각 실(室)별 찬반 의견을 개진한 결과, (정부 채무조정 안에) 반대 여론이 우세했다"고 확인했다.
운용전략실과 채권운용실, 리스크관리센터 등이 금융위원회의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에 찬성했을 때보다 반대하거나 기권했을 때 향후에 겪을 파장이 적을 것으로 봤다.
이번 회의는 의사결정 과정인 투자관리위원회와 투자위원회를 개최하기 전에 사전 논의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본부장과 실장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반대 여론에 무게를 실은 것은 향후의 결정 과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규정에 따르면 원리금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 회수가 곤란할 경우 투자관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국민연금의 반대 여론이 우세한 것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부실 투자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경우 2012년 초부터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이들 회사채에 투자한 투자자 역시 신용등급 하락 위험을 감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대규모 분식회계가 밝혀진 2015년 초부터 단기간에 신용등급이 12등급 하락, AA-에서 B-가 됐다. KDB산업은행 등 대우조선해양을 관리한 국책은행과 정부가 분식회계 재무제표를 근거로 한 회사채 사기 발행에 책임이 있는 만큼 투자자에 대한 대주주의 손실 부담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채권 발행 기관의 책임을 묻는 것이 먼저”라며 “이 같은 과정이 선행되지 않는 한 정부의 채무조정 안에 동의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사실상 법정관리인 사전회생계획제도(P-Plan)에 돌입하는 것이 투자 손실 규모를 줄일 것이란 일부 의견도 나왔다.
정부가 아닌 법원이 채무 조정을 해야 책임 원칙이 더욱 명확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 사학연금 등 일부 투자자는 산은의 추가 감자를 채무 조정 동의 전제로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책은행 관계자는 “추가 감자는 무리한 요구”라고 말해 갈등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