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마저 버리면..대우조선 회사채시장에선 이미 ‘부도’

입력 2017-03-24 09:34 수정 2017-03-2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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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규모 추가 지원안 발표에도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의 가격이 폭락한 것은 시장의 신뢰를 이미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과거 4조2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신규자금을 지원할 때도 “다시 자금을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러한 입장은 뒤집혔다. 이처럼 향후에도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을 알 수 없게 된 만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민연금 추가 소송 나서나, 회사채 출자전환 난항= 당장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4400억 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6-1 회사채 투자자들이 출자전환에 동의할 지 낙관하기 어렵다.

해당 채권은 국민연금공단과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연기금들이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금융위원회의 지원안 발표에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가 대우조선해양의 법정관리행을 거론하면서 ‘원금을 거의 건지지 못할 수 있다’는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채권 가치를 재산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분식회계가 이뤄진 잘못된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발행된 회사채는 모두 금융당국의 과징금 이상 징계 대상이다.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중 대부분은 경영진이 분식회계를 저지른 때에 발행됐다.

이처럼 현재의 대우조선해양 채권 가치 역시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출자전환한 뒤 상환을 유예하라는 요청은 업계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연기금 고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채권은 향후에 휴지조각이 될 지 알 수 없다”며 “연금 가입자의 돈을 대우조선해양 지원에 쓰이는 것처럼 되는 구조는 논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로 손해를 봤다면 이미 지난해 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국민연금은 회사채 부문에서도 추가 소송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출자전환과 상환유예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4월 17~18일께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사채권자 집회에서 회사채 발행 조건을 바꾸려면 참석자가 보유한 금액의 3분의2 이상, 총 채권액의 3분의1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등 국내 연기금이 이를 동의하지 않으면 사실상 부결되는 구조다.

◇주식거래 재개해도 기대 크지 않아= 대우조선해양의 주식거래가 올해 하반기 재개될 것이란 금융위의 전망과 관련해서도 업계의 기대는 크지 않다. 금융위가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을 낮춰 주식거래 재개를 추진하는 것은 투자자가 출자전환한 자금을 현금화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규모 출자전환 뒤에는 주가 급락이 뒤따른 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 역시 낙관적 전망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상선의 경우 1조4000억 원의 유상증자 주식이 시장에 풀린 2016년 8월 3일 27.92% 폭락했다. 이날 종가 기준 7640 원이었던 현대상선 주가는 올해 3월 23일 종가 기준 8760 원까지 회복했지만, 이는 업황 개선보다는 국내 1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한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현대상선 때보다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우선 출자전환 규모가 현대상선을 크게 웃돈다. 대규모 물량 폭탄으로 인한 연이은 주식 하락이 예상되는 대모이다. 또 국내에서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지난 몇 년간 회사가 부실화된 대우조선해양이 이들보다 경쟁력을 갖출 지는 미지수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회사채 시장도 충격= 대우조선해양의 이번 사태는 전체 회사채 시장에도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기금 등 국내 주요 투자자들은 조선업과 해운업이 신용등급 강등된 이후인 2015년 말부터 보수적인 투자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기조는 이번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출자전환 방침에 따라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현재도 대부분 기관이 AA 등급 이상에만 투자하고 있다”며 “여기에 더해 특정 업종을 외면하는 구조도 경향도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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