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유라 입시 비리와 골프 꿈나무들의 고민

입력 2017-03-22 14:57 수정 2017-03-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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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찬 골프대기자

‘정유라 입시 비리’가 결국 골프계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주니어 골퍼를 둔 학부모 및 관련 단체들은 전전긍긍(戰戰兢兢)하고 있다.

이유는 대회 출전 ‘수(數)’ 제한 때문이다. 국내 주니어 골퍼들은 그동안 대회 수에 관계없이 자격이 되는 대회에는 모두 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교육부가 대한체육회 산하 53개 단체에 ‘수업을 하고 운동하라’는 지침을 내린 탓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학생 선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정규수업 이수 의무화 및 최저 학력제 적용 강화를 골자로 하는 ‘학생 선수 전국대회 참가 학교장 확인서’ 도입 지침을 각 종목 경기단체에 전달했다.

학교장 확인서는 해당 학교의 운동선수가 전국대회에 참가한 횟수와 최저학력 기준에 도달했는지, 도달하지 못했을 경우 기초학력보장 프로그램을 이수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증명서이다. 초·중·고교 선수를 대상으로 한다. 전국대회 참가신청 때 제출하지 않으면 출전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전국대회를 주관하는 대한골프협회(KGA) 대회에는 3회밖에 나가지 못한다. 역시 전국대회를 여는 KGA 산하 중고골프연맹, 초등골프연맹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교육부가 지난해 ‘정유라 입시 비리’ 사태 이후 학생 선수의 학사 관리를 철저히 해 학교체육을 정상화한다는 게 도입 배경이다.

단체 종목과 달리 골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번 정부 시책은 ‘졸속 행정의 표본’이라는 게 골프 관계자 및 학생 선수를 둔 부모들의 중론이다.

국가대표 선수를 둔 한 학부모는 “정부가 공부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면서 “연간 전국대회에 세 번만 출전해 어떻게 감각을 유지하겠느냐. 리디아 고처럼 골프하기 좋은 뉴질랜드 등 다른 동남아시아로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일 여의치 않으면 아시안 게임의 메달을 포기하고 프로 전향을 할 것”이라며 “학사관리가 목적이라면 대회 수를 제한할 것이 아니라 수업 일수를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골프 종목에만 특혜를 준다면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여전히 문제의 소지가 남는다. 운동선수라 하더라도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운동으로 성공하려면 학업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

실제로 현재 국내 남자 프로골퍼로 활약하는 선수 중에는 중학교만 졸업하고 바로 프로의 길로 나선 선수들도 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스타 타이거 우즈(미국)도 미국 스탠포드대학에 진학하고도 프로골프에 전념하기 위해 중퇴했다. 이와 달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재미교포 미셸 위는 골프와 학업을 병행하며 스탠포드대학을 졸업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다른 종목은 대부분 운동장이나 체육관 등 전용구장에서 하지만 골프는 일반 골퍼들이 이용하는 골프장에서 대회를 한다. 이번 새 지침은 수업 일수와 무관한 ‘주말 대회 참가는 제한이 없다’는 조항을 일부 종목에 적용했지만 골프는 안 된다. 된다하더라도 이미 주말리그를 하는 야구나 축구와 달리 골프는 주말에 골프장 임대가 하늘의 ‘별 따기’여서 대회 개최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농구나 배구처럼 나이트 경기도 할 수 없다.

문제는 교육부의 지침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까 하는 것이다.

공부하는 풍토를 만든다는 교육부의 취지에 대해서 학부모들도 이견은 없다. 다만, 연간 출전 대회 수를 제한하는 것을 두고는 종목별로 운동 여건이 다르다는 점이 논란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53개 종목에 대해 학생 선수가 참가할 수 있는 전국대회 수를 일률적으로 2 ~ 4개로 제한했다. 여기에 방학 기간에는 2개 대회에 더 참가할 수 있게 했다. 학기 중 육상 등 기타 종목은 3 ~ 4회 이하이다. 골프는 초등학생 연간 4회, 중고생 연간 3회 이하이다.

한국 골프는 리우 올림픽 골프 금메달리스트 박인비(29)를 비롯해 많은 선수들이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에서 승전보(勝戰譜)를 남기며 전 세계에 ‘코리아’ 브랜드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현재도 진행형이다.

골프꿈나무가 해마다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정부의 불합리한 지침은 선수 육성은커녕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게 뻔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가대표 등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골프 환경이 더 좋은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는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골프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쳐 장기적으로 시장을 고사(枯死)시킬 것이다.

골프 종목에만 특혜를 줄 이유는 없다. 다만, 정부 관계자들의 골프에 대한 인식 전환과 골프 종목을 망가트리지 않을 보다 합리적인 세부 방침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성찬 골프대기자 golfahn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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