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9시 30분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두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막바지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손범규 변호사는 19일 “예상되는 질문을 뽑아내 답변을 준비하는 데 가장 큰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가장 처음 맡았던 검찰 출신의 유영하 변호사가 세부사항을 대비하고 있고, 손 변호사 등은 ‘숲을 볼 수 있게’ 큰 틀에서 조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할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청사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정문 이외에 다른 출구를 폐쇄하고 주변 집회를 금지하는 한편, 보도진도 40여개 언론사 소속 기자로 제한하는 등 박 전 대통령의 신변 위협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겠다는 방침이다. 18일 최태원 SK그룹 회장, 다음날에는 장선욱 롯데면세점 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혐의를 적용하기 위한 법리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폐지되면서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전직 대통령이 조사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21일 오전 9시께 경호진들과 함께 삼성동 자택을 출발할 예정이다. 유 변호사 등 핵심 변호인만 동행하고, 나머지 변호인단은 각자 검찰로 이동해 미리 대기한다. 9시 30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하면 약 20m 떨어진 곳에 표시된 폭 7m 넓이의 포토라인에 선다. 80여 명의 사진기자의 플래시 세례 속에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나면 청사 중앙현관을 지나 조사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 조사실은 특수1부가 위치한 10층이나 형사8부가 있는 7층, 둘 중 한 곳이 거론된다. 특별수사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혹은 노승권 1차장과 간단히 면담한 뒤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한다.
전 과정이 영상으로 녹화되는 조사실로 들어가면 한웅재 형사8부장과 이원석 특수1부장이 질문하고,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의 조언을 들어가며 답변한다. 이 지검장과 노 차장 등 지휘라인 간부들은 영상을 통해 조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조사 시간은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등 혐의가 13가지에 이르는 만큼 12시간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느냐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이번 사건 주요 피의자들과의 대질신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