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들이 대우조선해양 추가 지원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강조한 ‘고통 분담’에 대해서는 냉랭한 반응이 대체적이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대우조선 채권 은행들은 최근 금융당국,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대우조선에 대한 광범위한 채무 재조정을 전제한 유동성 지원 방안이 거론되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2015년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주도로 4조2000억 원을 지원받았다. 당시 이 자금과 함께 추가 선박 수주와 앙골라 석유회사 소난골 드릴십 인도 등 정상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추가 수주는 계획 대비 10분의 1 수준인 15억 달러에 그쳤고, 소난골 드릴십 인도는 차일피일 미뤄지다 무산됐다.
계획대로 이뤄진 게 하나도 없자 대우조선은 또다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위험에 처했다.
대우조선은 회사채 만기가 집중된 올해 하반기 부족자금이 2조 ~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대우조선은 당장 다음 달 21일 44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맞는다. 이어 7월에 3000억 원, 11월 2000억 원의 회사채가 줄줄이 만기된다.
대우조선이 끌어모을 수 있는 자금이 7000억 원 정도인 만큼 4월 회사채는 막을 수 있겠지만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 운영자금도 바닥난다.
시중 은행들은 현실과 원칙 사이에서 상당히 고민하는 모습이다.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대우조선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현재 수출입은행이 선수금환급보증(RG) 포함 9조6000억 원으로 가장 많고, 산업은행이 출자전환한 것을 합치면 5조 원을 웃돈다.
이어 NH농협은행이 1조 원을 훌쩍 넘는다. 시중 은행은 KEB하나은행이 7700억 원, KB국민은행 6470억 원, 신한은행 2500억 원, 우리은행 2000억 원 수준이다.
이들 은행이 대우조선 추가 지원에 원칙적으로 난색을 표하지만 선뜻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금융당국이 조건부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중 은행들은 2015년 6월부터 익스포저를 계속 줄여왔지만 대우조선이 워크아웃에 돌입할 경우 부담이 크다. 여신등급을 요주의(충당금 7~19%)로 내리는 등 완충장치를 마련했지만 법정관리 등 최악의 경우 손실을 한꺼번에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2015년 당시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지원하겠다는 원칙이 있었기 때문에 동의가 이뤄진 것”이라며 “이제 와서 시중 은행들에 책임을 나눠 지라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입장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대우조선 지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면서 “채권단 회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대우조선이 무너질 경우 충격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의 워크아웃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
대신증권 최정욱 애널리스트는 “조건부 자율협약은 모든 사채권자의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대우조선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정식 워크아웃으로 진행될 공산이 더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