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내정자가 한국을 대표적 대(對)미 흑자국으로 지목하면서 올해로 5주년을 맞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재협상이나 심지어 폐기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로버트 라이시저(69) USTR 대표 내정자는 14일 미국 상원인준청문회에 출석해 “무역 격차와 FTA 상황을 근거로 분석한다면 미국의 교역국을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과 멕시코를 대표적인 대미 무역 흑자국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과 멕시코에 대한 미국의 적자가 상시적이며 그 규모도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 캐나다와 호주, 싱가포르는 미국이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이며, 그 밖에 많은 나라는 소폭의 적자 또는 소폭의 흑자를 번갈아 기록하는 나라들이라고 크게 세 가지 범주를 설명했다.
라이시저 내정자는 “우리의 목적은 단순히 무역 적자를 줄이는 것에 있지 않고, 시장에서 더 많은 효율을 얻고 모든 곳에서 무역 장벽을 없애는 것”이라면서도 “모든 나라가 미국에서 승리한다. 생산자들은 우리가 무역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이긴다”면서 교역국들과의 무역 불공평을 주장하기도 했다.
라이시저의 이같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와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캐나다와 멕시코 사이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에 대해서도 재협상을 천명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나온 USTR의 보고서 역시 한·미 FTA 위기론을 부추기고 있다. 보고서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의 무역 적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애초 전망과 달리 오히려 두 배가 됐다. 말할 필요도 없이 미국이 기대했던 결과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에 렉스 틸러슨의 17일 방한에 대한 기대감은 크게 반감됐다고 WSJ는 전했다. 이번 틸러슨 장관의 아시아 순방에 동행하는 수잔 손튼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미국은 성장을 촉진하는 것뿐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방식으로 아시아와의 경제적 관계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