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파면] 재판관 전원 파면결정까지 숨막혔던 '22분'

입력 2017-03-10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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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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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결론을 읽는 순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은 정적에 휩싸였다. 혹시나 모를 동요를 제압할 경위들이 대기 중이었지만, 방청객들은 생각보다 덤덤한 모습으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는 순간을 목도했다.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주변은 이날 새벽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심판정 입구는 보도를 준비하는 방송사 중계차량과 취재진으로 둘러싸였다. 보안심사를 거친 방청객들이 들어서자 좌,우에 있는 스크린에는 '사건번호 2016헌나1, 사건명 대통령(박근혜) 탄핵'이라고 쓰인 오늘의 선고안내가 표시됐다.

대리인석은 청구인 측 좌석부터 채워졌다. 노란색 세월호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고 등장한 박범계 의원은 연이어 들어오는 변호사들을 향해 "수고 많았다", "수고했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권성동 소추위원장은 피청구인 측 대리인석에 가서 일일이 악수를 건네며 인사했다. 뒤늦게 피청구인 측 대리인단에 합류한 이동흡 변호사는 준비해온 서면을 보면서 긴장된 모습으로 자리를 지켰다.

선고시간이 다가오자, 방청안내 방송이 두 차례 나왔다. 선고시간을 2분 앞둔 시각에는 법정 경위가 직접 심판정 정중앙 자리에서 녹음과 촬영을 하면 안 된다고 공지했다. 기자석과 방청석에 자리잡은 취재진과 일반방청객 24명은 초조한 마음으로 심판정을 둘러봤다.

양 옆에 있는 시계의 바늘이 정확히 11시를 가리키자, 재판관 8명이 일제히 심판정에 들어섰다. 이정미 재판관을 시작으로 중간 자리부터 재판관석이 채워졌다. 지난 1월 31일 퇴임한 박한철 소장의 권한을 대행하는 이 재판관이 "지금부터 2016헌나1 대통령 박근혜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는 말로 정적을 깼다.

결정 요지를 읽어내리는 초반에는 심판정 안이 얼어붙었다. 국회가 제시한 탄핵소추 사유 중 공무원에 대한 부당 인사조치, 세월호 참사 책임과 언론자유 탄압 등이 차례로 부정됐기 때문이다.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를 반복하던 이 재판관의 말은 최순실(61) 씨의 국정개입 부분에 이르러서 단호해졌다. 이 재판관은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봐야 한다"며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이라며 사실상 결론을 선언했다.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이 재판관이 선고 시작 22분 만에 최종 결론을 낭독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는 순간이었다. "이 사건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해 파면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보충의견을 낸 안창호 재판관은 선고 막바지에 이를수록 눈을 감고 고개를 떨궜다. 안 재판관은 2012년 9월 국회 여당(당시 한나라당) 추천으로 박 대통령이 임명했다.

방청객에서는 중간중간에 작은 탄식이 나오기도 했지만 대체로 결과를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선고를 방청한 이시윤 전 헌법재판관은 "헌재 결정이 실망스럽다"면서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존중하는 것이 법치주의로 나아가는 것이고, 대한민국 선진화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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