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9000건에 달하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문건을 폭로했다. 이 문건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 TV나 애플의 아이패드 등으로 CIA가 전방위적인 도·감청을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위키리크스는 CIA가 애플의 아이폰,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탑재한 스마트폰, 삼성전자의 스마트 TV 등을 이용해 해킹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TV는 TV를 끈 상태에서도 TV에 설치된 마이크를 통해 도·감청을 할 수 있다고 위키리크스는 설명했다. 위키리크스는 “CIA가 영국 정보기관 MI5와 공동으로 개발한 악성코드인 ‘우는 천사’를 이용해 삼성 스마트 TV를 해킹했다”고 주장했다. 이 악성코드를 이용하면 TV 전원을 꺼도 도·감청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에 설치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도 해킹 대상으로 지목됐다. 또 위키리크스는 “CIA가 악성코드를 이용해 텔레그램, 왓츠앱 같은 서비스의 보호 기능도 무력화했다”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의 주장대로라면 CIA는 다양한 해킹 도구를 쓴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러스, 트로이 등 전자기기의 소프트웨어 시스템에 침투할 수 있는 해킹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전자기기의 종류나 제작사도 다양하다. 삼성의 스마트 TV를 포함해 애플의 아이폰, 안드로이드 시스템이 탑재된 스마트폰 등이 모두 포함됐다.
위키리크스는 ‘볼트7’로 불리는 CIA 문건들이 미국의 해커들 사이에서 돌고 있었고, 이들 중 하나가 위키리크스에 문건을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문건은 2013~2016년 사이에 작성된 것으로 만약 이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전 세계의 정보·기술(IT) 업계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위키리크스는 2013년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국가안보국(NSA) 정보수집 실태를 폭로해 세계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위키리크스는 “이번 문건은 CIA가 미국 정부의 전산 스파이의 몸통인 NSA와 경쟁하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벤 위즈너 개인정보보호 전문가는 “이 문서는 수만 명이 디지털 기기에 취약성에 노출되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CIA 측은 아직 해명을 거부하고 있다. CIA의 조나단 리우 대변인은 “문서의 진위나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에드워드 스노든은 “진짜인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