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은 기자를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무랐다. 명색이 증권부 기자인데도 투자 비중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최소 월급의 10% 이상은 노후를 위해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대화 내내 역설했다.
국내 학부모들이 사교육비를 들이기에 앞서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그다. 올해는 설득의 대상을 자라나는 아이들로 바꿨다. 어른들은 존리 대표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일 뿐, 실제 투자로 실천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었다는 것이다. 리 대표는 “한국은 노인 빈곤층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그런데도 노후자금을 아이들의 사교육비로 모두 투입하고 있다”며 “절대 회수가 되지 않는 투자”라고 강조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이같은 ‘잘못된 풍습’을 개선해보고자, 지난달부터 매월 첫째 주 토요일 학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투자 세미나를 열고 있다. 세미나에 참석할 수 있는 조건은 딱 한 가지다. 어느 증권사건 상관없이 자녀의 주식 계좌를 마련하고 오는 것이다. 참가비는 무료다.
지난 4일 오전 10시. 학부모와 학생 100여 명이 서울 북촌 꼭대기에 있는 메리츠자산운용 사옥에 모였다. 제주도에서 올라온 네 가족이 자리가 없어 서서 강연을 들었고, 유모차에 자는 아기를 태우고 온 젊은 엄마도 눈에 띄었다. 다음 달부터는 좀 더 넓은 세미나 공간을 마련하고, 지방 강연도 계획하고 있다.
메리츠자산운용과 리 대표의 이러한 철학은 펀드 운용과 설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공모펀드로는 드물게 10년 만기 폐쇄형으로 ‘메리츠 베트남 펀드’를 설정했다. 업계에서는 투자자에게 ‘불친절’한 폐쇄형 펀드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기도 하지만, 리 대표는 여전히 폐쇄형 펀드가 ‘정답’이라고 자신한다. 특히 학생 때부터 장기간 꾸준히 투자를 하기에 적합한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리 대표는 “유태인은 영·유아부터 증권 계좌를 열어준다. 한국에서도 초·중·고 학생들이 주식 투자로 노후를 준비하도록 가르치고 싶다”면서 “현재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두 자녀도 어려서부터 스스로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는 다소 ‘튀는’ 그의 행보에 따가운 시선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큰 인기를 끌었던 메리츠코리아펀드의 수익률이 지난해 고꾸라지면서 폐쇄형·장기 펀드를 맡겨도 되냐는 비판이 날아들기도 했다. 저평가 가치주를 고집하던 펀드가 최근 삼성전자에 처음 자금을 집행하면서 투자 철학이 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리 대표는 “직선으로 올라가는 주식·펀드는 없다. 어느 주식시장이나 겪는 과정 중 하나”라며 “투자 철학은 어떤 종목을 담았는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결정하고 주식을 매매하는지가 보여주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의 분기 주식 회전율은 20~30% 수준으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주식은 ‘사고 파는’ 물건이 아니라 회사의 성장성과 미래를 ‘사는 것’이라는 철칙 때문이다. 수익률은 다소 부침을 겪을지 몰라도, 존리 대표의 철학만큼은 ‘일직선’을 걸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