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8일 당을 떠나 독자적 대선 행보에 나선다. 김 전 대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제3지대 빅텐트’로 세력을 규합해 ‘킹’ 도전을 본격화하리란 관측이 높다.
김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날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어지러운 정국을 수습하고 경제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직접 뛰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전 세계에서 정치가 요동을 치고 있다”며 “유럽을 봐라. 프랑스도 그렇고, 독일에선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메르켈 총리가 사회민주당 슐츠 후보에게 한 달 사이 추월당했잖나. 두 달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지금은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독주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면 대선 전 60일 동안 ‘대역전’이 가능하다는 게 김 전 대표 측 판단이다.
김 전 대표는 일단 헌재의 결정 전후로 세 규합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강성 친문(문재인), 자유한국당의 강성 친박(박근혜)을 제외한 반패권-개헌세력을 모아 빅텐트를 치고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 대선 후 연립정부 구성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빅텐트엔 유력 대선주자가 없는 바른정당을 비롯해, 김 전 대표와 7일 회동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몸담고 있는 국민의당, 그리고 민주당과 한국당 일부 의원까지 들어오도록 한다는 게 김 전 대표 측 구상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와 함께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을 도왔던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도 “김 전 대표가 우리 당과 바른정당을 아울러 공동의 단일후보를 내고 문재인 전 대표와 겨루는 구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야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다만 김 전 대표 측 구상이 현실에서 그대로 작동할지는 미지수이다. 김 전 대표 탈당의 파급력이 커지려면 당장 민주당에서 적잖은 의원이 동반 탈당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함께 탈당할 의원 수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박경미, 최운열, 김성수 등 비례대표 의원을 빼고 진영(서울 용산), 이언주(경기 광명을), 최명길(서울 송파을) 등 몇몇 지역구 의원 이름이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국민의당 등 다른 정당들이 빅텐트에 들어올지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상돈 의원은 “시간은 큰 문제가 아닌데 정당이란 것 자체가 간단치 않다”며 “탄핵 인용 결정 뒤 민심 추이에 따라 좌우될 수 있으나 김 전 대표의 구상이 현실화하는 데엔 여러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들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