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집회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렇다. 우선 이들이 집회에 참여함으로서 정치적 갈등이 더욱 이념화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치적 갈등이 사회적 갈등으로 번져 문제가 더욱 커지게 된다. 정치란 본래 사회적 갈등을, 제도라는 이름의 “링”에 올려놓고, 세금으로 월급 주는 정치인이라는 용병들로 하여금 대신 싸우게 만드는 것이다. 제도라는 이름의 “링”에서 싸우면, “싸움의 규칙”이 있기 때문에 갈등이 무한 투쟁으로 치닫지는 않게 된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정치인들이 앞 다투어 갈등을 오히려 크게 만들고 있다. 이래가지고는 정치인이라는 이름을 걸고, 오히려 정치를 스스로 없애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문제점으로 들 수 있는 점은 정치란, 앞서 언급했듯이 제도에 입각해야 하는 존재인데, 이들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앞서 집회에 참석한다는 사실자체는. 헌법재판소에 압력을 넣는 행위로 비쳐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국가적 시스템을 매우 취약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도 그냥 넘길 수 없는데, 집회에 참석하는 정치인들 중 일부는 이른바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권력을 잡아보겠다고 나선 이들이 집회에 참여하면서, 오히려 제도를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역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역설은 언제가 그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즉, 자신들이 지금 취약하게 만들고 있는 제도 때문에, 언제가 이들이 권력자가 됐을 때, 그 피해를 고스란히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제도에 대한 신뢰를 없애면, 시민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사회자본을 없애는 꼴이어서, 그것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역시 심각해 질 것이다. 사회자본이 취약하게 되면 그들 정치인들이 허구한 날 주장하는 사회적 통합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지금 언급한 모든 문제들을 정치인들이 그대로 만들어 가고 있다. 탄핵 결정 이후에 나타날 사회적 갈등이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지금 상황이라면, 탄핵이 어떤 방향으로 결정이 되더라도 사회적 혼란은 극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정권의 위기가 국가의 위기로 전이돼 버렸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오히려 앞서 언급한 문제만 일으키고 있으니 도대체 누가 어떻게 이를 수습할 것인지 걱정이 된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다음과 같은 제안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지금 존재하는 모든 정당의 당대표와 원내대표 그리고 지난 주 금요일 여론조사 기준 3%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선후보들이 한자리에 모여, 결정이 어떻게 나든, 그 결정에 승복할 것이고 국민들도 승복해 달라고 호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이후의 정치 과정은 자신들이 책임지고 이끌고 가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지금 이들이 해야 할 일은 집회에서 소리치며 노래 부르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데 지혜를 모으는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