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국민의 자유를 통제할 수 없다. 우린 겁내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9일 영화 ‘스노든’이 개봉하면서 2013년을 떠들썩하게 했던 ‘스노든 게이트’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영화 속 주인공인 스노든은 미국 정부의 무차별적인 개인 사찰을 폭로했다. 미국 정부는 테러 방지라는 명분으로 국경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모든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이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미국 국가안보국(NSA)에서 정보분석원으로 활동하며 우리 돈으로 2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하와이의 멋진 집에서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동거를 하던 스노든은 다른 수많은 동료처럼 침묵했다면 안락한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내부고발자가 돼 미국 정부의 이 같은 행위를 전 세계에 알렸다.
이 같은 ‘스노든 게이트’에 대한 이야기는 ‘최순실 게이트’로 떠들썩한 현재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영화 개봉과 함께 같은 날 출판계에도 스노든의 이야기를 한 책이 출간됐다. 바로 ‘스노든: 세기의 내부고발자’와 ‘스노든 게이트: 세기의 내부고발’이다.
시사만화가 테드 롤이 쓴 ‘스노든’은 대중에게 알기 쉽게 만화로 이 사건의 주인공인 스노든을 알리려 했다. 컴퓨터 전문가인 스노든은 CIA와 NSA에서 일했고, 나중에는 NSA의 계약업체인 부즈앨런해밀턴의 하와이 지사에서 일했다. 그는 네트워크 유지와 정비 업무를 맡은 시스템 관리자로 일했기 때문에 NSA의 비밀 프로그램 파일을 열람할 수 있는 방대한 암호를 알 수 있었다.
스노든처럼 미국 정보기관에 소속된 140만 명의 정보요원이 모든 데이터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는 ‘프리즘’ 같은 프로그램의 합법성을 의심했지만 침묵한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억대 연봉에 행복한 삶을 영위했던 스노든은 왜 그런 정보요원들과 달리 미국 정부의 이 같은 행위를 폭로했을까? 저자는 스노든의 가정사와 신념 때문으로 내다봤다. 그의 부모는 둘 다 공무원이었다. 스노든이 살던 크로프턴은 비밀스러운 지역이었고, 일급비밀 취급 권한이 있는 공무원과 민간 계약업체 직원이 많아 가족 간에도 직업에 대해 말하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다. 이런 보수적 분위기에서 자란 스노든은 애초 내부고발자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생각했다.
전 ‘가디언’의 기자인 글렌 그린월드가 쓴 ‘스노든 게이트’는 사건 전체의 스토리와 의미를 구체적으로 짚어준다. 저자는 홍콩에서 스노든을 직접 인터뷰하고 다량의 스노든 폭로 기밀을 전달받은 기자다. 스노든 폭로 당시인 2013년 보도된 사실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버라이즌’기사로, 미국 정부가 통신 사업자에 고객 수백만 명의 통화 기록을 제출하도록 요구한 비밀문서였고, 또 다른 내용은 프리즘 기사다. 프리즘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이 보유한 서버에 접근할 수 있는 감시 프로그램이다. 이 기사로 미국 정부가 전 세계인의 사생활을 감시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큰 파문을 일으켰다.
스노든의 폭로 뒤에는 스노든의 강한 용기와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 보도의 힘이 필요했다. 스노든은 내부고발 뒤에 벌어질 일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묻는 기자에게 “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진정한 잣대는 그 사람이 믿는다고 말한 바가 아니라, 그런 믿음을 지키고자 하는 행동이다”라며 의미심장한 답을 내놓았다. ‘가디언’ 또한 정부의 일급비밀을 보도하는 것에 대한 후폭풍 때문에 고민하면서도 진실 추구라는 언론의 본분을 위한 글렌의 적극적인 모습에 결국 보도를 결정했다.
결론적으로 책 ‘스노든’과 ‘스노든 게이트’는 국가 안보와 국민의 프라이버시에 대해 논한다. 스노든은 안보를 이유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국가가 은밀하고 자의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과연 스노든은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지켜낸 영웅일까, 아니면 단순히 미국 정부의 반역자에 불과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