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북한 대표단이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 사인은 심장마비로 조속히 시신을 넘겨달라는 종전 요구를 되풀이 했다.
대표단을 이끄는 북한의 리동일 전 유엔 대표부 차석대사는 2일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에 북한의 연루 의혹을 부인하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리 전 대사는 김정남이 지병을 앓고 있었으며 타살 혐의가 없다고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 결과를 부인했다. 그는 “사망자는 심장병을 앓고 있었고 때때로 치료를 받았다”며 “보통 컨디션일 때도 심장질환 약 없이는 여행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보건부는 부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의 소지품에 당뇨병과 심장질환, 고혈압 관련 약품이 있었다고 밝혔다”며 “이는 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남 사망) 발생 당시 결론냈던 것처럼 그의 사인이 심장질환임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말했다.
리 전 대사는 “VX라는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주장의 근거는 전혀 없다”며 “승객이 북적이는 공항에서 여자 용의자의 공격은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이어 “VX는 접촉 때 즉시 사망하는 맹독성 물질인데 공항 승객 수천 명이 어떻게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또한 김정남 살해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와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29) 등 두 여성 용의자가 손바닥에 VX를 묻혀 공격했지만,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리 전 대사는 이에 대해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답할 것을 요구하며 “VX가 사용된 것이 사실이라면 샘플을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사무국에 보내 검증을 하자”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과 관련 북한 배후설이 확산하고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지탄이 쏟아지는 데 대해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한국의 음모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한편, 김정남은 지난 달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두 여성 용의자로부터 독극물 공격을 얼굴에 받고 사망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의 얼굴에서 대량살상무기로 분류된 VX가 검출됐으며 여성 용의자들이 북한 국적 용의자들의 지시를 받고 범행에 가담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유일한 북한 국적 용의자로 리정철(46)을 체포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를 포기하고 3일 북한으로 추방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