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세모녀사건’이 일어난 지 3년이 흐른 가운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수급권자 권리 확보 등의 내용을 담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2014년 2월 세 모녀가 질병과 생활고로 고생하다 동반자살한 세모녀사건 이후 관련 법이 일명 ‘세모녀법’이란 이름으로 개정됐지만, 빈곤층에겐 여전히 까다롭고 불합리한 법이란 판단에서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정부가 2년 전 세모녀법을 통과시키면서 빈곤층 개별상황에 맞는 복지급여로 76만명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금 목표의 절반도 채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정된 법이 여전히 높은 장벽, 그리고 부양의무자기준과 같은 불합리한 조항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가 2014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을 통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134명에서 210만명으로 늘 것으로 예상한 것과 달리, 2016년 7월 기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약 166만명으로 33만명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얘기다.
이에 개정안은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선정기준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제외하고 △주소지가 없는 수급신청자의 경우 수급을 희망하는 보장기관에서 임시 주소지를 제공토록 하며 △급여 신청 이후 결정은 14일 이내 이뤄지도록 하되 조사에 시일이 걸리는 경우라도 30일을 넘기지 않도록 했다. 최저생계비의 긴급성을 감안, 현행법상 60일보다 절반을 줄인 것이다.
또한 기본재산액 및 소득인정액 산정 등과 관련해 하위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소득의 범위, 재산의 범위 및 재산가액의 산정기준 등을 법률에 명시토록 했다.
윤 의원은 “부앙의무자 기준이 일부 완화됐지만 현실적으로 관계가 단절된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기 어렵고, 주소지가 불안정한 사람은 신청 자체가 어려운 점 등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빈곤사회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등 3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에서 함께 해 개정안에 힘을 실었다. 이들은 “박근혜표 가짜 ‘세모녀법’을 바로잡은 이 개정안이 가난한 이들의 인간다운 삶을 지키는 큰 걸음이 되길 바라며 20대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되길 빈다”고 했다.
한편 이번 법안은 윤 의원과 함께 같은 당 심상정 추혜선 노회찬 김종대 이정미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정성호 양승조 의원,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이 공동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