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이동통신회사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스가 야후의 핵심 사업인 인터넷 사업부를 44억8000만 달러(약 5조1076억원)에 인수하기로 재합의했다. 지난해 7월 합의한 인수가 48억3000만 달러에서 3억5000만 달러(약 4000억원)가 깎인 가격이다.
지난해 두 차례 연달아 대규모 해킹으로 고객 개인정보 유출되는 사건이 터지면서 야후의 몸값이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버라이존 입장에서 본다면 이번 인수 재합의는 가격을 깎는 대신 야후를 둘러싼 모든 문제를 끌어안고 인수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야후를 인수하게 된 버라이존은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와 주주들의 소송과 관련된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또한 야후가 해킹 사건을 은폐했다는 주장에 대해 고소할 권리도 포기하게 된다.
버라이존은 지난해 다른 입찰업체보다 인수가를 높이 제시해 야심 차게 야후를 손에 넣게 됐다. 하지만 양사의 인수 절차가 진행되고 있던 지난해 9월 문제가 생겼다. 야후가 지난 2014년 해킹 사건이 발생, 5억명의 이용자 계정이 노출됐다고 밝힌 것이다. 3개월 뒤인 12월 야후는 2013년에도 10억 개의 계정이 해킹당했다고 발표했다.
피해 범위가 커지자 버라이존이 야후 인수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현재 SEC는 야후가 해킹 사실을 알고도 뒤늦게 공개한 것은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
버라이존이 비록 인수 가격은 깎았지만 이러한 야후의 대형 악재를 모두 끌어안고 야후를 사들이는 것은 디지털 미디업 사업을 구축하려는 계획 때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이동통신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새 성장 동력으로 주목한 온라인 광고사업을 포기하지 못한 것이다. WSJ는 버라이존이 자회사로 2015년 미리 편입해뒀던 인터넷기업 AOL를 통합시켜 구글과 페이스북 디지털 광고사업에 필적하는 사업체를 만들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버라이존은 AOL과 야후의 디지털 광고기술, 야후 뉴스, 스포츠, 금융 등의 웹사이트를 결합할 예정이다. 그러나 소식통들은 버라이존의 계획과 달리 야후와 AOL를 통합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두 번째 개인정보 유출사태 이후 야후의 이용자 수가 소폭 줄어든 것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진행 중인 비밀번호 교체작업이 끝나면 감소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과 페이스북과 온라인 광고 사업을 놓고 경쟁을 벌일 정도가 되려면 갈 길이 멀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글로벌 온라인 광고 매출에서 야후와 AOL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 반면 구글과 페이스북은 각각 32%, 13%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