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개인의 비리’를 검색하니 오래된 뉴스들이 줄줄이 엮여 나온다. 김영삼 정권에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었던 장학로 씨가 여러 기업에서 뇌물을 받았던 사건, 구조조정 회사 회장이었던 이용호 씨가 검찰과 국세청, 금융당국, 국가정보원 등 핵심 권력기관 인사들에게 로비한 사건 등이다. 이런 사건에 대해서는 언제나 개인 비리라는 가리개가 씌워지곤 한다. 작년 말 벌어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개인의 비리’라는 말을 사용한 적이 있다.
중요도와 규모 면에서 한참 작지만 작년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이런 개인 비리가 많았다. 증권사 지점 직원이 투자자의 돈을 따로 받아 수년간 투자를 진행하다가 손실이 나자 도주한 일이 잇따라 발생했다. 작년에 투자자들의 손실로 추산되는 금액만 100억 원에 가깝다. 또 다른 증권사 직원은 불법 장외주식 브로커에게 회사가 보유한 장외주식을 거래하도록 해주고 뇌물을 챙겼다. 회사는 해당 직원이 퇴직금까지 정산해 개인 사정으로 나갈 때까지 이를 알지 못했다.
회사들은 하나같이 “개인의 비리이며 회사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항변했다. 금융감독원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개인 비리에 대해 회사에 징계를 주는 것은 너무 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회사에서 추천하는 일반적인 투자 지침이 아니라 지점 직원 개인의 지시대로 고수익을 바라며 돈을 맡긴 투자자 책임도 있다”는 지적도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피해자가 창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은 것보다 도둑이 여러 집을 털도록 방조한 조직과 시스템에 책임을 묻는 것이 우선이다.
투자자의 욕심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고수익에 눈이 멀어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한 책임은 이미 손실로 나타나 있다. 증권사와 금융당국의 책임은 손실이 더 커지기 전에 미리 불법 행위를 발견하고 사건 이후에 재발을 방지하는 데 있다.
지난해 인터넷과 방송을 이용한 장외주식 불법 브로커 행위로 피해를 키운 일명 ‘청담동 주식부자’ 사건으로 금융당국은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사 직원이 불법 브로커에게 회사 주식을 건네며 ‘검은 시장’을 지탱하는 상황이 드러났는데도 특별한 검사 방침을 세우지 않고 있다.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A증권사’ 소속 직원이라는 점에 투자자들은 안심하고 희망을 건다. 그런 신뢰가 금융투자 산업을 지탱하는 기반이다. 금융투자업에서, 정치권에서 ‘개인의 비리’에 대해 개인만 책임을 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게 아니라면 개인이 굳이 시스템을 지탱하기 위해 조력하고 희생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