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저동 김해국제공항 인근, 여의도 공원 두 배 면적(70만7877㎡)의 대한항공 테크센터. 복합재2공장에 들어선 뒤, 가려진 장막이 열리자 항공기 후방동체 구조물인 ‘애프터 보디(After Body)’가 모습을 드러냈다.
외부와 접촉이 차단된 작업장에선 애프터 보디를 복합재로 겹겹이 쌓는 레이업 공정이 이뤄지고 있다. 정밀도와 무결성이 중요한 공정이라는 설명과 함께 애프터 보디는 복합재 오염의 우려로 불과 2분 여만 외부에 공개된 채 장막 뒤로 사라졌다.
지난 17일 방문한 대한항공 부산테크센터는 ‘드림라이너(꿈의 항공기)’로 불리는 미국 보잉 787-9 항공기 부품 제작이 한창이었다.
787-9 항공기는 전 세계 최첨단 항공기 제작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다. 무게는 줄이고 강도를 높인 첨단 탄소복합재를 50% 이상(기존 15% 이내) 적용해 연료 효율성을 20% 높이고,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20% 낮췄다. 또 넓은 창문과 높은 천장 등 승객의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보잉 787-8 항공기보다 효율성도 높다. 787-9 항공기의 운항거리는 약 1만5759km로 787-8 항공기(1만5200km)보다 550km 정도 더 멀리 비행할 수 있다. 좌석 수도 250~290여 석으로 30석가량 늘렸다.
부산테크센터는 787-9에 항공기에 탑재되는 5가지 핵심 부품을 제작하고 있다. 날개 끝 곡선 구조물인 ‘레이키드 윙팁(Raked Wing Tip)’, 날개 구조물인 ‘플랩 서포트 페어링(Flap Support Fairing)’, ‘후방 동체(After Body)’ 등이다.
대한항공은 1986년부터 보잉 747-400 항공기 날개 구조물인 ‘플랩 트랙 페어링(Flap Track Fairing)’, ‘윙렛(Winglet)’ 등 제작 사업으로 수백대 분의 부품을 납품하면서 고도의 기술력을 축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4년부터 보잉사의 787 제작 및 설계 사업에 참여했다.
대한항공은 787 국제공동개발사업을 위해 과감한 설비 투자를 진행했다. 특히 복합 신소재 가공분야에서 뛰어난 품질 수준을 입증, 제작업체인 보잉사로부터 높은 기술 수준을 인정받았다.
이재춘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사업계획팀장은 “국제공동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는 개발·설계·생산·시험·인증 등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한다”며 “구조물을 항공사에 인도한 뒤 유지·보수까지 책임질 만큼 기술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공기 저항을 감소시키는 필수 날개 구조물인 ‘레이키드 윙팁’ 납품은 최우수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입증한 사례다. 대한항공은 레이키드 윙팁을 곡선으로 새롭게 디자인했고, 우수성을 확인한 보잉은 이를 자사 항공기에 채택한 바 있다.
한편, 대한항공은 이달 말 보잉 787-9 1호기 도입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총 10대를 도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