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다시 풍전등화 위기에 내몰렸다. 지난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에 이어 프랑스와 그리스도 EU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까닭이다.
1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프랑스의 EU 탈퇴인 ‘프렉시트’를 주장하는 극우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당수가 오는 4~5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투자자들이 앞다퉈 국채를 매도하고 있다. 프랑스 국채 거래량은 이달 들어 하루 평균 약 160억 유로(약 19조4144억 원)로, 지난해 평균치인 80억 유로의 배로 치솟았다. 이는 지난 2010~2012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위기 당시와 비슷한 모습이다. 현재 프랑스 국채 가격은 그보다 훨씬 경제규모가 작은 아일랜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주 프랑스와 독일 국채인 분트 금리차는 4년 만에 최고치도 기록했다.
사이드 하이더 하이더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르펜이 승리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그러나 지난해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끝난 미국 대선 이후 아무도 여론조사 결과를 믿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프랑스의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4월 1차 대선에서는 르펜이 승리하고 2차 결선 투표에서는 무소속인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이 이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는 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와 그에 따른 EU 탈퇴인 ‘그렉시트’ 불안이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그리스의 70억 유로 구제금융 지원을 앞두고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이 다시 충돌하면서 이런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로존과 IMF가 그리스 구제금융 합의에 실패해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가 열리는 20일에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못할 것으로 비관하고 있다.
그리스는 7월까지는 구제금융을 받지 못해도 채무를 상환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러나 유럽은 다음 달부터 네덜란드의 총선을 시작으로 대형 정치 이벤트가 잇따르기 때문에 시장은 사실상 이달 말을 그리스 구제금융 합의 마감 시한으로 보고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 각국에서 정치 문제로 부상하면 지원이 더욱 불확실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IMF는 유로존에 그리스 채무를 탕감해줘야 하고, 비현실적인 재정수지 목표도 수정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이에 따르지 않으면 그리스 구제금융에서 빠지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납세자나 채권자의 돈을 잃게 될 처지에 놓인 유로존 각국이 이에 동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으로 유로존은 IMF를 EU집행위원회(EC)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구제금융 모니터링 기관으로 인식하고 있어 그리스 문제에 어떻게든 IMF가 개입하기를 바라고 있다.
한 EU 관리는 “우리가 매우 빨리 합의에 도달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아니다’”라며 “여전히 현 상황을 고려하면 결론이 조만간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