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부가 3월 초에는 판결이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헌재에 집중되고 있다. 연일 “3월 초, 헌재가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인용한다면…” 운운하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 뉴스를 들으면서 우리 국민의 상당수는 고개를 갸우뚱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인용? 인용이라니? 헌재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판결을 위해 어디에서 무슨 문구나 법률 구절을 따와야 한단 말인가?’ 우리가 일상으로 사용하는 ‘인용’에 그런 ‘따옴’이라는 뜻 외에 다른 뜻이 있는 줄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헌재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한다”는 뉴스에 고개를 갸우뚱한 사람이 적잖았던 것이다.
우리가 일상으로 사용하는 “남의 말이나 글을 자신의 말이나 글 속에 끌어다 쓰는 것”을 뜻하는 인용은 한자로 ‘引用’이라고 쓰며 ‘당길 인(引)’, ‘쓸 용(用)’이라고 훈독한다. 그렇다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한다는 ‘인용’은 어떻게 쓰는 것일까? 사전을 찾아보니 ‘認容’이라고 쓰고 ‘인정하여 용납함’이라는 풀이가 붙어 있다. 그제야 의미가 분명해졌다. 아! 탄핵의 이유가 분명하므로 그것을 인정하여 용납한다는 뜻이로구나!
그런 뜻의 ‘인용’이라면 ‘인용(認容)’보다는 ‘용인(容認)’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물론, 인정하여 용납하는 것과 용납하여 인정하는 것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방향(方向)과 향방(向方), 논쟁(論爭)과 쟁론(爭論)이 다 그런 예이지만 그 차이는 실질적이지 않다.
그런데, ‘인용(認容)’은 이미 인용(引用)이라는 말 속에 묻혀버린 상태이다. 아무리 법률 용어라지만 이제라도 ‘인용(認容)’ 대신 ‘용인(容認)’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혼동을 막는 게 좋을 것 같다. 더 좋기로는 ‘탄핵을 결정’, ‘탄핵하기로 판결’이라는 표현일 테고.